인도네시아 국회의원 춤 논란과 시위 사태
인도네시아에서 국회의원들의 '댄스 파티' 영상이 공개되며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매체 콤파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국정 연설 직후, 국회의원들이 파푸아 민요 '사조조'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특히 유명 인사 출신 정치인 에코 파트리오와 우야 쿠야를 포함한 여러 의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춤을 추는 장면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의 현실과 너무나 대조적이었습니다.
(좌) X(Twitter), (우) TikTok
많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자들이 보여준 이러한 행태는 정치 엘리트의 무감각함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이 춤 논란이 '주택수당' 법안 통과와 맞물렸다는 점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후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SNS에서는 "국회는 국민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안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투쟁에 반응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전국적 시위와 인명 피해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항의하는 전국적 시위가 발생했고, AFP 보도에 따르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명이 실종되는 비극적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회 '콤나스 함'은 9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수천 명이 구금됐다가 석방됐다고 밝혔습니다.
사망자는 수도권, 술라웨시섬 마카사르, 중부 자바, 파푸아 등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습니다.
아니스 힘이다 콤나스 함 대표는 "일부는 당국의 과도한 무력 사용의 희생자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보고되지 않은 장소가 많아 수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실종자와 폭력 피해자 위원회(콘트라스)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접수한 실종 신고는 모두 23건으로, 수색·확인 이후에도 20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입니다.
실종자들은 주로 자바섬 반둥·데폭, 수도권 중앙자카르타·동자카르타·북자카르타 등에서 신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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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 인권사무소는 집회 대응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무력이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낙시 강굴리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부국장은 "군경이 시위를 반역이나 테러 행위로 취급함으로써 무책임하게 행동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지난달 25일 이후 자카르타에서만 1,240명을 체포했으며, 중부 자바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1,700명 이상이 구금됐습니다. 특히 중부 자바에서 구금된 이들 중 대부분이 18세 미만이었다는 점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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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자카르타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수마트라섬 팔렘방에서는 수천 명이, 보르네오섬 반자르마신과 자바섬 욕야카르타, 술라웨시섬 마카사르에서는 각각 수백 명이 집결해 시위를 벌였습니다.
술라웨시섬 고론탈로시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충돌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사용했고, 11명이 체포됐습니다.
반둥 이슬람대학교 캠퍼스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으며, SNS에서는 경찰이 캠퍼스에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발사하고 진입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헨드라 로크만 서자바 경찰 대변인은 이를 부인하며 "경찰은 캠퍼스에서 약 200m 떨어진 거리를 유지했고 캠퍼스를 향해 사격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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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 연례 회의는 국가의 중요한 정치 행사로, 국회의원, 지역 대표, 그리고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여 차기 연도 정부의 우선순위와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특권만을 챙기는 정치 엘리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국가적 위기로 번졌습니다.
틱톡은 시위 관련 콘텐츠 확산을 우려해 지난달 30일부터 라이브 기능을 중단했다가 최근 이를 해제했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사회의 분노와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