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억 성과급 소식에 삼성 노조가 움직였다
SK하이닉스가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 방식을 도입하면서 삼성 노조가 즉각 반응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이 모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이 이재용 회장에게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는데요. 이는 SK하이닉스의 노사 합의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 날 벌어진 일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깜깜이 성과급' 개선 요구
재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삼성그룹 초기업노조는 '낡은 성과급 제도와 변함없는 회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이재용 회장과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등 주요 경영진에게 전달했습니다.
노조는 공문에서 "SK하이닉스가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을 확정했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투명하지 않은 EVA(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으로 성과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EVA 방식은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파격적 성과급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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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기존에 기본급의 최대 1000%로 설정돼 있던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임금도 6.0% 인상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담은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습니다.
이 합의안이 확정되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1인당 약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SK하이닉스도 과거에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EVA 방식을 도입했다가, 직원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 방식으로 변경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선례가 있기에 삼성 노조의 요구에 더 무게가 실리는 상황입니다.
삼성의 EVA 방식 성과급 제도의 문제점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은 연간 영업이익을 토대로 한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에 EVA 방식을 산정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법인세·투자금 등)을 빼는 방식인데,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높더라도 특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성과급이 0원이 될 수도 있고 상한선도 존재합니다.
더 큰 문제는 회사 경영상 EVA의 구체적인 수치가 임직원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성과급 산정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직원들의 사기 저하 우려
초기업노조는 공문에서 '삼무원이라고 생각하고 다니자'라는 사내 게시판 여론을 인용하며 "삼성전자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에 와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용 회장에게 "최소한 변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여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노조는 또한 "회사가 성과급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후 발표나 성과는 전혀 없었다"고 비판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지난해 출범한 삼성그룹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디스플레이·화재·바이오로직스·전기 소속 노조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이번 공문 발송은 삼성 계열사 전반의 성과급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로 볼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파격적인 성과급 제도 변경이 삼성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의 성과급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특히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재 확보와 유지를 위한 보상 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만큼, 삼성의 대응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