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소아 백혈병 치료, 남은 암세포 검출로 생존율 4배 높일 길 열렸다

소아 백혈병 치료의 새 지평, 미세잔존질환 검사로 생존율 대폭 향상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은 어린이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림프구 전구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정상 혈액 세포 생산을 방해합니다. 이로 인해 빈혈과 출혈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항암화학요법 등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일부 환자들은 몸속에 극소량의 암세포가 남아 재발 위험이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남아있는 미량의 암세포를 '미세잔존질환(MRD)'이라고 부릅니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왼쪽)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를 진료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제공)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 / 서울아산병원


지난 1일 서울아산병원은 김혜리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팀이 지난 10년간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으로 치료받은 환자 200여 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세잔존질환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치료 강도를 높였을 때 5년 무사건 생존율이 기존 19%에서 90%로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세잔존질환 검사, 소아 백혈병 치료의 게임 체인저


연구팀은 2013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21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모든 환자는 치료 각 단계마다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측정했고, 그 수치가 0.1% 이상으로 양성으로 나타날 경우 더 강한 항암치료로 전환하는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1차 치료인 관해유도요법 이후 미세잔존질환이 양성이었던 환자는 21명이었으며, 이 중 12명에게 한 단계 강화된 치료를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치료를 강화하지 않은 환자들의 5년 무사건 생존율은 19%에 그쳤지만, 강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90%의 생존율을 보여 생존율이 4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2차 치료인 공고요법 이후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 중 치료를 강화하지 않은 경우는 75.4%의 생존율을 보였지만, 치료를 강화한 집단은 95.2%의 높은 생존율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 사진 = 인사이트서울아산병원 / 사진 = 인사이트


주목할 점은 치료 강도를 높였음에도 통상적인 항암치료의 부작용 외에 중증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서울아산병원은 2021년부터 기존 유세포분석보다 100배 이상 민감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의 미세잔존질환 검사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검사에서 놓칠 수 있었던 극소량의 백혈병 세포까지 검출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정밀한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5년 이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완치율은 97%를 넘어섰습니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서울아산병원


김혜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기준으로 환자 상태에 적합한 치료 강도로 조정하면 재발 위험이 높은 소아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치료 반응을 더욱 정확하게 살피면서 소아 백혈병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기준으로 항암 강도를 조정하는 환자 맞춤형 치료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의 치료 효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블러드 리서치(Blood Research, 피인용지수 2.8)'에 최근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