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연소 총리, 1년 만에 해임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헌법재판소의 해임 판결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작년 8월 태국 역대 최연소 총리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그의 정치 여정이 불과 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 것인데요.
29일(현지 시각) 태국 헌법재판소는 패통탄 총리가 헌법윤리를 위반했다며 해임 판결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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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9인은 만장일치로 그가 캄보디아 실권자 훈 센 상원의장과의 통화에서 총리에게 요구되는 헌법상 윤리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촌' 한 마디가 부른 정치적 몰락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5월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태국군과 캄보디아군이 국경 지대에서 교전한 후, 패통탄 총리는 훈 센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통화에서 그는 훈 센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태국군 사령관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었습니다.
이 통화 내용이 알려지자 태국 내에서는 국가 안보와 주권을 훼손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보수 성향 상원의원들은 그가 헌법 윤리를 위반했다며 해임 심판 청원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고, 헌재는 지난달 초 이를 받아들여 판결 때까지 패통탄 총리의 직무를 정지시켰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에서 "패통탄 총리가 청렴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의 발언이 총리직과 태국 국가의 품위를 훼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캄보디아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개인적인 관계로 인해 캄보디아 측의 의사를 지속적으로 따르거나 그에 따라 행동할 의향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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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치의 새로운 국면
패통탄 총리는 판결 이후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면서도 "나는 공공의 이익을 지키려고 했을 뿐"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품탐 웨차야차이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이 총리 직무대행을 맡아왔으며, 패통탄 총리는 문화부 장관을 겸직하면서 내각에 남아 있었지만, 이번 헌재의 해임 결정으로 총리직을 완전히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패통탄 총리의 해임은 태국 정치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8월 취임 당시 37세의 나이로 태국 역사상 가장 젊은 총리가 되었던 그는 태국 최대 야당인 '프어타이당'의 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그의 해임으로 태국은 새로운 총리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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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태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패통탄 총리가 속한 프어타이당과 군부 세력 간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번 사태는 태국과 캄보디아의 외교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두 국가는 국경 분쟁 등으로 오랫동안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패통탄 총리의 발언이 양국 관계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태국 정부는 앞으로 새로운 리더십 하에서 캄보디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지, 그리고 국내 정치적 안정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