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극좌∙극우 완전히 다른 줄 알았는데... '뇌 반응'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정치적 극단주의자들, 뇌 활동 패턴 놀라울 정도로 유사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뇌 활동 패턴이 매우 유사하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브라운대학교 인지 및 심리과학과의 오리엘 펠드만홀 교수 연구팀은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JPSP)'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연구팀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진보와 보수 성향을 가진 44명의 참가자를 선별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abay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abay


이들에게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부통령 후보 토론회 영상을 시청하게 했는데요. 이 영상은 민주당의 팀 케인과 공화당의 마이크 펜스가 경찰 개혁과 이민 문제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이는 17분 47초 분량이었습니다.


극단적 정치 성향자들의 공통된 신체 반응


참가자들이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연구팀은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활용해 뇌 활동을 스캔하고, 피부전도반응(SCR)을 측정하기 위해 몸에 센서를 부착했습니다.


fMRI는 일반 MRI와 달리 뇌의 활동 변화를 실시간으로 영상화할 수 있으며, SCR은 외부 자극에 의한 감정 변화를 땀 분비를 통한 피부 전기 전도도 변화로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실험 전후 이념적 극단성 변화가 있는 참가자와 데이터에 오류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총 41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좌우 이념에 관계없이 정치적 영상을 볼 때 매우 유사한 신체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mage.png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ttitudes and Social Cognition 'Politically Extreme Individuals Exhibit Similar Neural Processing Despite Ideological Differences' 인용 / 사진=인사이트


특히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인 편도체와 수도관주위회색질(PAG), 그리고 사회적 자극을 인식하는 후부상측두구(pSTS) 등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반응은 영상에서 선동적이고 도발적인 발언이 나올 때 가장 강하게 나타났으며, 중도적 성향의 사람들에 비해 극단적 성향의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더 흥분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감정적 흥분은 뇌의 반응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정치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새로운 시각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단순히 무엇을 믿는지뿐만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강하게 믿는지, 또 그것에 얼마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가 정치적 인식을 형성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2023년 대학 캠퍼스와 뉴스에서 "우리 대 그들(us versus them)"이라는 수사가 유행하는 것을 보고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는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되면서 미국 정치권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Chat GPT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Chat GPT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 이념이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표현이 이념의 양극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연구팀은 '말발굽 이론(horseshoe theory)'을 떠올렸습니다.


이 이론은 프랑스 철학자 장-피에르 파예가 주창한 것으로, 말발굽의 양 끝이 서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나치즘(극우)과 스탈린주의(극좌) 같은 극단적 이념들이 실제로는 서로 유사하다는 개념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 이론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펠드먼홀 교수는 "극단적으로 상반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비슷하다"며 "이런 점을 인정할 때 정치적 분열을 넘어 더 큰 공감대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