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진리교 교주 딸, 한국 입국 거부당해
도쿄 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 사건으로 악명을 떨친 사이비 종교 옴진리교 교주의 딸이 한국 입국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지난 27일 일본 ANN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의 셋째 딸 마쓰모토 리카가 이날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으나 출국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옴진리교 교주의 셋째 딸 마쓰모토 리카 / Youtube 'ANNnewsCH'
정확한 입국 거부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항공사 탑승 카운터 직원이 한국 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리카의 입국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리카는 2017년에도 한국 방문을 시도했으나 결국 출국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리카는 이번 상황에 대해 "어디에 전화해도 '담당자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반복된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그는 "마쓰모토 리카라는 이름이 국가 내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가해자 가족 분들이 이런 특이한 취급을 받을 것"이라며 "그건 정말로 살아갈 의욕을 앗아가는 일이다. 이런 일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테러 가해자 가족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제 참석 좌절
마쓰모토 리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는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방문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EBS '내가 그의 딸이다'
EBS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는 테러 사건 이후 가해자 가족으로서 살아가는 리카의 삶을 그린 '내가 그의 딸이다'라는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었습니다.
이번 입국 거부 소식에 일본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부는 "스스로 하늘을 날아서 가라. 교주의 딸이잖아?"라며 비꼬았고, "9‧11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의 자녀가 일본에 온다고 하면 싫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국 정부의 조치가 당연하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반면 "부모가 저지른 일은 아이와는 상관없는데, 불쌍하다"거나 "교주의 딸로 저 사람의 모든 것을 단정 짓는 건 차별"이라는 동정적인 시각도 있었습니다.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는 세계 최초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 마' 화학물 테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 도쿄 지하철 가스미가세키역 등 18개 역과 지하철 객차 다섯 칸에 청산가리의 500배 독성을 가진 신경계 독가스 사린이 살포되어 14명이 사망하고 6300여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테러를 감행한 사이비 종교 단체 옴진리교는 법무성‧외무성‧국토성 등 중앙 부처가 밀집된 가스미가세키역에서 출근 시간대를 노려 공격함으로써 일본 정부 기능의 마비를 의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BS '내가 그의 딸이다'
그해 5월 교주 아사하라 쇼코가 체포되었고, 관련 재판은 2018년에 최종 마무리되었습니다.
교주와 옴진리교 간부, 사린가스 제조범‧실행범 등 13명은 사형 선고를 받았으며, 관련자 188명은 무기징역 등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이 종결된 지 6개월 만에 교주 아사하라를 포함한 13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