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때문에 못 뜨는 항공기... 결국
여객기가 뜨지 못할 정도의 폭염에 승객 20여 명이 이륙 직전 비행기에서 내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문제는 11일, 영국항공(BA) 소속 엠브라에르 ERJ-190 항공기에서 발생했습니다.
해당 항공기는 이탈리아 피렌체 아메리고 베스푸치 공항에서 영국 런던 시티공항으로 출발하려 했지만 이륙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현지 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올라가면서 공기 밀도가 낮아졌고, 이로 인해 양력이 줄어든 상황이었습니다.
BA Embraer 190 / British Airways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력이 필요한데, 고온에서는 공기 밀도가 감소해 같은 양력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속도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항공사 측은 연료를 더 싣기 위해 무게를 줄여야 했고, 결국 승객 수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당시 탑승했던 한 영국인 여성 승객의 증언에 따르면, 처음에는 36명이 내려야 한다는 안내가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약 20명 정도만 자진해서 내렸다고 합니다.
영국항공 측은 "당시 공항이 활주로가 짧아 극한 기온으로 인한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며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습니다.
피렌체 아메리고 베스푸치 공항의 활주로 / The Florentine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요인은 피렌체 공항의 짧은 활주로였습니다.
피렌체 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5,118피트로, 영국 개트윅 공항의 10,879피트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항공사 측의 설명처럼 활주로가 짧을수록 고온으로 인한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륙에 필요한 속도를 내기 위한 거리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Unsplash
영국 레딩대학 항공 전문가 조니 윌리엄스 박사는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2060년대에는 여름철에 소규모 공항들이 주 3~4일씩 무게 제한을 해야 할 수도 있다"며 기후변화가 항공 산업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지적했습니다.
윌리엄스 박사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로 가는 항공편은 기후변화로 탑승 인원이 줄어들면서 요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