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고산에서 조난된 러시아 등반가 구조 작업 중단
키르기스스탄의 빅토리 봉에서 다리 골절로 고립된 러시아 여성 등반가에 대한 구조 작업이 악천후로 인해 열흘 만에 중단되었습니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등반가 나탈리아 나고비치나는 지난 12일 해발 7,439m 높이의 빅토리 봉에서 등반 중 조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론이 촬영한 나고비치나의 텐트 / 텔레그램
나고비치나는 등반 과정에서 다리를 다쳐 해발 7,200m 지점에서 더 이상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함께 등반하던 동료는 구조 요청을 위해 산 아래로 하산했고, 이후 본격적인 구조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기상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기온은 영하 23도 이하로 떨어졌으며, 강한 눈보라가 지속적으로 몰아쳤습니다.
구조 과정에서 이탈리아 등반가 루카 시니갈리아가 나고비치나에게 접근해 침낭과 텐트, 음식, 물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데 성공하며 일시적으로 희망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헬기를 이용한 이송 등 나고비치나를 구조하기 위한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구조 작업 중 발생한 추가 사고와 공식 중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구조에 나섰던 이탈리아 등반가 시니갈리아가 저산소증과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사고였습니다. 또한 사고 지점에 접근하던 키르기스스탄 국방부의 Mi-8 헬리콥터가 파손되어 조종사를 포함한 4명이 부상을 입는 연쇄적인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나탈리아 나고비치나 SNS
등반 구조팀은 나고비치나가 위치한 지점에서 약 1km 아래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으나, 결국 극심한 추위로 인해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키르기스스탄 비상사태부는 구조 작업을 공식적으로 중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고 발생 후 사흘 전까지만 해도 드론 영상을 통해 나고비치나가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되었지만, 현재 당국은 그의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구조대장 드미트리 그레코프는 "그 고도에서 살아남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며 "역사상 그 지점에서 구조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현지 언론 24는 빅토리 봉에서 지금까지 80명이 넘는 등반가가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해당 지역의 극한 환경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특히 나고비치나는 4년 전에도 6,995m 높이의 한텡그리 산에서 남편과 함께 등반하다 비극적인 사고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의 남편 세르게이는 뇌졸중으로 마비 증상이 나타났지만, 나고비치나는 남편을 홀로 두고 하산하라는 구조대의 명령을 거부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