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알프스 순수 광천수라던 프랑스 프리미엄 생수 '에비앙'의 배신... 알고 보니 '정화수'

천연 광천수의 배신: 프랑스 에비앙의 충격적인 진실


프랑스 알프스의 순수한 물줄기에서 채취한 '천연 광천수'라는 이미지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에비앙.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에게 '천연'이라는 이름으로 정화 처리된 물을 판매해 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 프랑스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지난해 프랑스의 권위 있는 일간지 '르 몽드(Le Monde)'와 라디오 '프랑스앵코(Franceinfo)'의 공동 탐사보도를 통해 에비앙을 포함한 프랑스 생수 업체들이 수년간 불법적인 정수 처리를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더욱 충격적인 것은 프랑스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단순한 기업 윤리 문제를 넘어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천연 광천수와 정화수의 차이


프랑스에서는 유럽연합 지침에 따라 '천연 광천수'로 판매되는 생수는 어떠한 인위적인 처리 없이 원수 그대로 병에 담겨야 합니다.


반면 정수 기술을 사용한 '일반 생수'는 '마실 수 있는 정수'라는 표기까지만 허용되며, '샘물',' '천연 미네랄 워터', '천연 광천수' 등으로 표기할 수 없습니다.


염소 처리나 여과 등 특정 정수 과정이 허용되지만,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에비앙은 그동안 '천연 광천수'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로 높은 가격을 책정해 왔지만, 실제로는 미생물이나 미세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자외선(UV) 소독 및 활성탄 필터와 같은 정수 처리 기술을 몰래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르 몽드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생수 업체 중 최소 3분의 1이 이러한 불법 관행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프랑스 정부의 대응입니다. 지난 5월 발표된 프랑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부와 재무부 산하의 부정경쟁·사기 방지총국(DGCCRF)은 이미 2021년 9월에 생수 업체들의 불법 정수 처리 행태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네슬레를 포함한 기업들은 200만 유로(한화 약 32억 4,600만 원)의 벌금만 내고 불법 관행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도 공개됐습니다.


해당 조사의 책임자였던 상원의원 알렉상드르 위지예(Alexandre Ouizille)는 이번 사안을 "설명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으며, 이해할 수도 없는" 기업·정부 유착 사건으로 규정했습니다.


프랑스 시민단체들도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신뢰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했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인사이트Instagram 'dualipa'


에비앙의 역사와 브랜드 가치의 붕괴


에비앙은 본래 프랑스의 한 작은 도시 이름입니다. 역사적으로는 프랑스 혁명을 피해 에비앙으로 도망친 한 후작이 매일 정원에 있는 샘물을 마신 뒤 요도결석이 나은 것을 계기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에비앙은 '알프스에서 흘러내린 순수한 물'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며 글로벌 프리미엄 생수 시장을 선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로 인해 에비앙의 브랜드 가치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프랑스 생수 산업 전반과 정부 규제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천연'이라는 라벨을 믿고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해왔지만, 실상은 일반 정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