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내선 항공권 무료 제공 추진
태국이 중국인 납치 사건 등의 여파로 침체된 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국제선 항공권을 구매해 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내선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300억 원 규모의 과감한 투자
지난 22일(현지 시간) 네이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싸라웡 티안텅 태국 관광체육부 장관은 국내선 무료 항공권 제공 사업을 위해 7억 바트(한화 약 3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내각에 요청할 계획입니다.
싸라웡 장관은 "'국제선 항공권 구매 시 태국 국내선 무료'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콕이나 푸켓 같은 주요 관광지를 넘어 태국의 다양한 지역을 탐험하도록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업은 타이 에어아시아, 방콕 항공, 녹에어, 타이 항공 인터내셔널(THAI), 타이 라이언 에어, 타이 비엣젯 등 태국의 주요 6개 항공사와 협력하여 진행될 예정입니다.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편도 1,750밧(약 7만 5천 원), 왕복 3,500밧 상당의 국내선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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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최소 2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네스코 지정 도시와 인기 관광지, 그리고 전국의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관광객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일본의 '무료 국내선 항공편' 캠페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일본 역시 관광객을 도쿄나 오사카 같은 주요 도시에서 지방 도시로 분산시키기 위해 유사한 정책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최소 88억 1,000만 바트(한화 약 3,770억 원)의 직접 수입을 창출하고, 더 나아가 218억 바트(한화 약 9,33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왕싱 / 微博
태국의 이 같은 과감한 정책은 최근 관광산업이 직면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반영합니다.
태국 관광체육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1,67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태국 관광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226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34%나 급감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3,550만 명 중 670만 명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을 고려하면 상당한 타격입니다.
중국인 배우 납치 사건의 여파
중국인 관광객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올해 초 발생한 중국 배우 왕싱의 납치 사건이 꼽힙니다.
영화 '엽문 3', 드라마 '매괴적고사' 등에 출연했던 왕싱은 지난 1월 드라마 캐스팅 제의를 받고 태국에 도착했다가 태국-미얀마 국경 지대에서 실종됐습니다.
사흘 뒤 미얀마에서 구출된 왕싱은 삭발한 모습으로 발견됐으며, 중국 범죄 조직에 납치돼 중국인을 겨냥한 사기 수법을 교육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이 사건은 중국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고,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태국 여행을 꺼리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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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난달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국경 교전 사태도 태국 관광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태국의 이번 무료 국내선 항공권 제공 사업은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관광객들이 태국의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관광 수입을 전국적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태국 관광산업이 최근의 악재로 다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번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태국 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