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넘치는 판결'로 유명했던 미국 판사의 별세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지방법원의 프랭크 캐프리오 판사가 지난 21일(현지 시간) 88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캐프리오 판사는 인간적인 판결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물로, 그의 가족은 미국 AP통신을 통해 "오랫동안 췌장암과 싸우다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Youtube 'Caught In Providence'
캐프리오 판사는 2017년 한 재판에서 보여준 따뜻한 판결로 특히 유명해졌습니다.
당시 그는 주차위반으로 기소된 여성의 딸에게 벌금 액수를 직접 정해보라고 한 뒤 "엄마가 벌금 대신 너와 아침을 먹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요.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에서 1,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법정을 넘어 SNS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 판사
캐프리오 판사는 재직 중 'Caught in Providence(프로비던스에서 잡히다)'라는 SNS 계정을 직접 운영하며 법정에서 일어난 다양한 일화를 공유했습니다.
그의 영상은 총 10억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했습니다.
그의 법정에는 주로 방향지시등 미사용, 소음 파티 등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일반 시민들이 서게 되었는데요. 캐프리오 판사는 이들의 생계 형편을 고려해 벌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등 연민이 담긴 판결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Instagram 'therealfrankcaprio'
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진 여성의 벌금을 면제해 주거나, 시급 3.84달러를 받는 바텐더의 신호위반을 눈감아준 사례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캐프리오 판사는 생전에 "충성 맹세의 '모두에게 자유와 정의를'이라는 구호는 누구나 정의를 누려야 한다는 뜻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며 저소득층이 법적 문제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났으며, 많은 이들에게 법정이 단순히 처벌을 내리는 곳이 아닌 인간적인 이해와 공감이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댄 매키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캐프리오 판사는 단순한 법률가가 아니라 공감의 상징이었다"며 "정의가 인간애와 조화를 이룰 때 어떤 일이 가능한지 보여준 인물"이라고 그를 추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