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 젊은 층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염증성 장 질환
크론병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장 질환으로, 1932년 미국 의사 버릴 버나드 크론이 처음 보고한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완치가 어려워 평생 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크론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3만4614명으로, 2020년(2만5476명)보다 4년 만에 약 1만 명(35.9%) 증가했습니다.
크론병의 가장 큰 특징은 '증상기'와 '무증상기'가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증상기에는 복통과 설사가 나타나고, 무증상기에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증상이 사라집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배앓이와 구분하기 어려워 조기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크론병 환자의 복통은 주로 아랫배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나며, 환자의 85%가 설사 증상을 보입니다. 또한 환자 3명 중 1명은 체중 감소를 경험하며, 오심, 구토, 발열, 식욕 감퇴, 직장 출혈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크론병의 다양한 증상과 합병증
크론병 환자의 55%는 소장과 대장 모두에 염증이 발생하며, 30%는 소장에만, 15%는 대장에만 염증이 나타납니다. 특히 90% 이상의 환자에서 항문 질환이 동반되는데, 항문과 연결된 직장 주위에 농양이 생기고 치루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크론병 증상기(왼쪽)와 무증상기(오른쪽)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비교.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장 염증이 만성화되면 누공이 생기고, 상처와 장폐색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환자 3명 중 1명에게서 관절, 피부, 눈, 간, 콩팥 등에 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관절 질환으로는 관절통, 관절염, 골다공증, 요통 등이 있으며, 피부 질환으로는 구강궤양과 결절성홍반이 흔합니다.
눈 질환으로는 포도막염, 홍채염, 상공막염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안구통, 눈부심, 충혈 등의 증상을 동반합니다.
크론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학계에서는 유전, 면역 이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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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고봉민 교수는 "주로 20~30대 젊은 층에서 발병하며, 전체 염증성 장질환의 5~10%가 가족 관련성이 있고, 나머지는 가족이나 유전과 상관없이 산발적으로 발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만과 크론병의 상관관계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만이 크론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황성욱·김민규 교수팀이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1만1216명의 체질량지수(BMI)를 분석한 결과, 평균 비만율이 2008년 13.1%에서 2021년 29.8%로 16.7%포인트(2.3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일반 인구의 비만율은 30.7%에서 37.1%로 6.4%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성별에 따른 BMI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남성 환자의 비만율 증가가 여성보다 약 4배 높았습니다.
대장암과 크론병에서 보이는 궤양의 대장내시경 검사 소견.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여성 환자의 비만율은 2008년 9.2%에서 15%로 5.8%포인트 증가한 반면, 남성 환자의 비만율은 2008년 15.1%에서 2021년 37.7%로 22.6%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크론병은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더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론병의 진단과 치료
크론병이 의심될 경우,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 혈액검사, 대변검사,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영상 검사 등을 종합하여 진단합니다.
내시경검사를 통해 장관의 침범 부위를 확인하고 조직 생검을 시행하는데, 위내시경, 소장내시경, 대장내시경, 캡슐내시경 등이 사용됩니다.
영상 검사로는 CT, MRI, 위장관 초음파 등이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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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유효선 교수는 "크론병 치료는 염증을 줄이고 '관해', 즉 증상이 없어진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환자별 증상에 따라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제제 등으로 조절하며, 대부분의 환자에게 첫 치료 약제로 면역조절제가 처방됩니다.
급성 악화 시에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생물학적제제(인플릭시맙, 아달리무맙, 베톨리주맙, 유스테미누맙 등)와 소분자제제의 개발로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크론병은 완치가 어려운 만큼 환자 스스로의 꾸준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염증 반응이 있을 때는 죽, 바나나, 감자와 같이 자극이 적고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하고, 증상이 없을 때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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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술, 고지방,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금주와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신체 활동은 크론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