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금)

"싸구려 브랜드됐다" 직격한 '아디다스 출신' 푸마 신임 CEO, 브랜드 이미지 되살린다

푸마의 위기와 재도약 전략


한때 스포츠 업계의 도전자로 명성을 떨쳤던 푸마가 위기에 직면하자, 지난달 취임한 아서 회엘드(Arthur Hoeld) 푸마 신임 CEO는 "고급 브랜드가 아닌 '싸구려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직설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인사이트아서 회엘드 푸마 CEO / PUMA


지난 3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푸마의 경쟁사인 아디다스에 26년 동안 몸 담았던 회엘드는 현재 푸마를 부진한 실적과 브랜드 가치 하락에서 되살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77년 역사의 푸마가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현 할리 데이비슨 CEO 요헨 자이츠와 현 아디다스 CEO 비욘 굴든 등 전임 CEO들도 푸마의 도약을 위해 노력했었습니다. 하지만 회엘드가 마주한 현실은 더욱 냉혹합니다.


그는 취임한 직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매출이 20% 급감하고 올해 전체 손실도 예상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사이트PUMA


현재 푸마는 전 세계 창고에 팔리지 않은 운동화와 의류가 쌓여있는 상황입니다.


독일 최대 상업은행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 아담 코크런에 따르면, 푸마가 이를 정리하고 소매업체들이 다시 푸마 브랜드를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데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더욱이 온, 뉴발란스, 호카와 같은 신흥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디다스는 레트로 삼바(Samba) 모델로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업계 선두주자 나이키는 베테랑 엘리엇 힐의 지휘 아래 보메로 18 러닝화 같은 제품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인사이트2013년 11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푸마 스토어에서 진행된 자서전 "Faster Than Lightening" 사인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우사인 볼트 / GettyimagesKorea


브랜드 정체성의 혼란


푸마의 현 위기는 브랜드 정체성의 혼란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2013년 푸마에 합류한 비욘 굴든은 '영원히 더 빠르게(Forever Faster)'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퍼포먼스 스포츠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당시 푸마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 우사인 볼트를 내세워 반항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푸마의 올봄 "Go Wild" 광고에서는 이러한 도전 정신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평범한 러너들을 겨냥한 이 광고는 아디다스의 "You Got This" 캠페인이나 온(On)의 세서미 스트리트 협업 광고 사이에서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사이트푸마 스피드캣 / X 'deerstore_byp'


블룸버그통신은 푸마의 스피드캣 스니커즈를 브랜드의 혼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습니다.


2023년, 푸마는 아디다스 삼바의 인기에 약 20년 전 유행했던 '스피드캣'을 재출시하며 기대를 걸었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디다스는 삼바 이후 태권도 라인을 출시했고, 이는 현재 스피드캣을 능가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부 스피드캣 모델은 정가 110유로(한화 약 17만 7,000원)에서 최저 88유로(한화 약 14만 원)에 구매할 수 있으며, 반면 아디다스 삼바는 두 배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회엘드의 재도약 전략


주주들은 아디다스에서 수십 년간 경력을 쌓아온 회엘드의 영업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디다스에서 글로벌 세일즈 책임자로서 수년간 신발 및 의류 사업을 총괄했으며,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사업부를 이끌었습니다.


회엘드는 러닝 프랜차이즈를 잠재력이 있는 분야로 꼽았습니다.


2021년 푸마는 '나이트로' 폼 슈즈로 러닝 시장에 재진입하여 하드코어 러너와 프로 선수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일반 소비자 타깃 확대는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현재 해당 제품은 미국의 러닝 체인점 플릿 핏(Fleet Feet)의 300개 매장 중 20곳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회엘드는 "우리 업계의 혁신을 논할 때, 러닝은 중요한 스포츠 중 하나다. 우리는 나이트로가 푸마의 미래 성공을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식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사이트PUMA


푸마가 직면한 도전은 분명 만만치 않습니다. 유로화의 급격한 강세와 무역 관세로 인한 산업 비용 증가 같은 외부 요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들에게 푸마만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스포츠 용품 업계에서 푸마는 축구, 농구, 러닝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지만, 아디다스와 나이키보다 훨씬 작은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마는 틈새시장을 개척할 때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회엘드의 리더십 아래 푸마가 어떻게 브랜드를 재정립하고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