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금)

"돈은 많이 벌어도 힘들어요" 불닭 만들다 퇴사한 직원들... '주5일 2교대' 논란에 삼양이 밝힌 입장

밤샘 5일 연속에 토요일 특근까지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이 먹방과 K팝 스타들의 픽을 받으며 인기가 치솟아 어느덧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9월까지 국내외 누적 판매량 66억 개를 돌파하는 등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최근 수출 1조 원을 달성했죠.


그러나 이면에는 생산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2교대 근무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불닭볶음면 / 롯데온불닭볶음면 / 롯데온


4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을 주로 생산하는 삼양식품 밀양 2공장 직원들은 주 5일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식사와 휴게시간을 제외한 순수 근로 시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0시간, 금요일 9시간 30분으로 주당 49시간 30분에 달합니다. 여기에 월 2~3회 토요일 근무가 추가되면 주 58시간을 넘어섭니다.


야간조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 30분까지 근무하며 주 5일 동안 연속으로 밤을 새워야 하는 구조입니다. 토요일 야간 근무자의 경우 일요일 오전 퇴근 후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날 오전에 다시 출근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삼양식품 밀양 1공장 내부 모습삼양식품


일부 직원은 "밤새워 연속해서 일하다 보니 피로가 누적돼 새벽 시간에 인지가 떨어지는 걸 느낀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어도 힘이 들긴 하다"며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며 퇴사하거나 퇴사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동계 "임금 보전 없는 단축은 실질임금 삭감"


노동계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에 "12시간 맞교대와 같은 근무 형태는 과거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도입된 있어서는 안 될 장시간 노동 체제로,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며 "3교대나 업종별 상황에 따라 4조 2교대 등으로 전환해 노동 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기업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도 "문제는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 보전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실질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 제공 = 삼양식품밀양공장 / 삼양식품


관계자는 "SPC 사례 처럼 교대제를 변경하더라도 현장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편은 반드시 실질임금 삭감이 없도록 노사 협상과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지도·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 시화공장을 찾아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풀로 12시간씩 일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며 "12시간 근무를 8시간 3교대로 바꾸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만에 SPC그룹은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해 '장시간 야간 근로'를 없애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삼양식품 "특별연장근로, 법적 절차 따른 불가피 조치"


사진 제공 = 삼양식품삼양식품


삼양식품 관계자는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고, 당사도 이에 따라 생산공장 근로자들이 주 49.5시간을 근무하고 있다"며 "특별연장근로는 주 52시간제와 별개의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했다고 해서 주 52시간제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별연장근로는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 증가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으며, 근로자 개인 동의와 고용노동부 허가가 필수"라며 "최근 수출이 급증해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삼양식품은 아무런 투자 없이 근로자 동의만으로 연장근로를 한 것이 아니라, 원주공장(900억 원), 밀양 1·2공장(4,200억 원) 증설, 중국 생산공장(2,014억 원) 착공 등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개선을 통해 근로 환경과 안전을 확보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삼양식품 측은 "밀양 2공장이 올해 6월 준공 이후 설비 안정화 과정에 있으며, 연말 정상 가동 시 특별연장근로 없이도 수출물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가동률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이달부터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현재 '2조 2교대' 근무 형태 개선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삼양식품은 K-푸드 열풍을 주도하며 국가 수출과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관련 법규와 제도 아래에서 투명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