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속에서도 빛난 사랑의 서약
태풍으로 침수된 교회 안에서 하객들이 맨발로 참석한 가운데 예정대로 진행된 한 커플의 결혼식이 필리핀 전역에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Youtube 'GMA Integrated News'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말롤로스시에 위치한 바라소아인 교회는 집중호우로 인해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제이드 릭 베르딜로와 자메이카 아길라르 커플은 침수된 교회 바닥을 그대로 밟으며 결혼식을 진행했습니다.
당일은 태풍 '위파'의 영향으로 필리핀 전역에 강한 비가 내려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한 상황이었습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성당도 피해를 입었지만, 이 커플은 "결혼이란 본래 시련을 동반하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예정된 결혼식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속에서 이어진 사랑의 서약
신랑 베르딜로는 "오늘을 포기하면 더 큰 희생이 따를 것 같았다"며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필리핀 전통 예복인 '바롱 타갈로그'를 입고 침수된 성당의 제단 앞에 섰습니다. 하객들 역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교회 안으로 들어서며 이 특별한 순간을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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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아길라르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물에 잠긴 통로를 걸어갔습니다. 드레스 자락은 흙탕물 위에 떠 있었고, 그녀는 무릎까지 차오른 물살을 헤치며 제단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이 모습은 결혼을 향한 그녀의 강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두 사람이 입맞춤을 하는 순간, 물속에 서 있던 하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들의 결합을 축하했습니다.
이렇게 10년 만에 부부의 연을 맺은 이 커플의 이야기는 필리핀 전역에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신부 아길라르는 "결혼은 모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베르딜로 역시 "이건 우리가 함께 극복한 첫 번째 시련일 뿐"이라며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대한 굳은 각오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