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견주 몸에 코 박고 킁킁대던 반려견, 증상 생기기도 전에 '이 병' 먼저 알아챘다

파킨슨병, 개가 냄새로 조기 감지 가능하다


파킨슨병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전에 개가 사람의 피부 체취를 통해 질환을 감지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퇴화하면서 운동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만성 신경계 질환인데요, 이번 연구는 조기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7t4f013f38owknn29r5k.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21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팀은 골든 리트리버와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각 한 마리를 대상으로 약 열 달 동안 파킨슨병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체취를 구별하는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총 205개의 피지 샘플을 활용해 냄새 감별 훈련을 실시한 후, 약물 치료 전 단계의 파킨슨병 환자 40명과 건강한 대조군 60명의 피지 샘플을 이용해 이중맹검 방식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중맹검'은 연구자와 개 핸들러 모두 샘플의 실제 상태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검사 방식입니다.


개의 놀라운 파킨슨병 감지 능력


실험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마리의 개는 80%의 민감도와 98%의 특이도를 보였는데요, 이는 파킨슨병 환자의 체취를 80%의 정확도로 감지하고, 건강한 사람을 98%의 정확도로 구별해냈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한 마리는 70%의 민감도와 90%의 특이도를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개들이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체취를 높은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img_20210922111109_0p982ym9.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통해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에서 질병 특유의 '후각적 서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후각적 서명이란 사람이나 동물이 가진 고유한 냄새 조합으로, 후각이 발달한 동물들은 이를 통해 개체를 인식하고 기억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체취 변화가 질병이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수년 또는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는 기존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서 파킨슨병을 진단할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연구를 주도한 니콜라 루니 박사는 "후각이 예민한 동물, 특히 개를 활용한 접근법은 기존의 복잡하고 비침습적인 진단법에 비해 비용 효율적이고 환자 친화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파킨슨병 조기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


지금까지 파킨슨병은 주로 떨림, 보행 장애, 운동 완만 등의 증상이 뚜렷해진 후에야 진단이 가능했습니다.


img_20210923093433_45703roj.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로 인해 조기 개입이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왔는데요, 최근 몇 년간 파킨슨병 환자 피부의 피지 성분 변화에 주목한 연구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실험은 후각 기반 바이오마커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대규모 검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개가 직접 진단하는 방식은 향후 사람의 후각을 모방한 센서나 디지털 분석 장치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향후 피지에서 감지된 체취의 분자 성분을 화학적으로 규명하면, 장기적으로는 비침습적인 생체 지표를 이용한 조기 진단 체계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진단 기술 혁신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파킨슨병 저널'에 지난 14일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