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유튜버'에서 시의원으로... 일본 나라시 선거 결과 화제
일본에서 과거 '민폐 콘텐츠'로 악명을 떨쳤던 유튜버가 지방의회 선거에서 당선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치러진 일본 나라현 나라시의 시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헤즈마류(34)가 당선되면서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X 'hezuruy'
지난 21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나라시의원 선거는 임기 만료에 따라 진행됐으며, 총 55명이 출마해 39명이 당선됐습니다.
이 중 '영상 콘텐츠 제작자'로 알려진 헤즈마류는 초선 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하게 됐습니다.
헤즈마류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여러분 감사합니다. 헤즈마류, 나라시의원 선거에서 당선 확정됐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지를 얻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논란의 과거와 선거 전략으로 활용한 사슴 보호 활동
X 'hezuruy'
헤즈마류는 선거 과정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 반대와 나라공원 쓰레기통 및 방범 카메라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특히 나라시의 상징인 사슴 보호 활동에 힘써온 점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했는데요. 지난해 여름 외국인 관광객이 나라공원의 사슴을 학대하는 영상이 퍼지자, 그는 올해 1월 나라시로 이주해 사비를 들여 매일 공원을 순찰했습니다. 이 과정을 SNS로 실시간 공유하며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헤즈마류는 원래 '민폐 유튜버'로 현지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과거 그는 마트에서 계산 전 음식을 개봉해 먹고 빈 용기만 결제하는 모습, 의류매장에서 구매한 정품 티셔츠를 '가짜'라며 반환을 요구하며 점원을 위협하는 모습 등을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이로 인해 절도 및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된 이력도 있습니다.
또한 도심 교차로 한가운데에서 이불을 깔고 눕는 퍼포먼스로 통행 방해 수사를 받거나, 인기 유튜버의 자택에 무단으로 찾아가 해당 유튜버의 가족을 촬영한 영상을 게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Youtube 'へずまりゅう '
가짜뉴스 논란과 외국인 혐오 조장 의혹
헤즈마류는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이 나라공원에서 사슴을 학대했다는 진위 불명의 글을 잇달아 올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자신의 X에 "한국인이 사슴에게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였다"는 거짓 주장을 하면서 "다시는 공원에 오지 않길 바란다. 체포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 가짜뉴스로 인해 얼굴까지 공개된 한국인 피해자는 언론을 통해 "사람을 마주치기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헤즈마류는 가짜뉴스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해당 게시글을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 사회의 양극화된 반응
범죄 이력이 있는 헤즈마류의 당선 소식에 일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X 'hezuruy'
"헤즈마류 같은 인물이 당선되는 걸 보면 일본은 끝났다고 느껴지지만, 헤즈마류가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정치인들이 더 심각하다", "헤즈마류에게 투표한 사람의 절반은 사슴이겠지"라는 비판적 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면 "나라 사슴의 평화와 질서가 오버투어리즘 영향으로 유지되지 않는 것이 걱정됐는데, 사슴을 순찰한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좋은 일을 하면 세상이 인정한다"며 그의 사슴 보호 활동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헤즈마류의 당선은 최근 일본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외국인 정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전날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는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강경 우익 참정당이 의석수를 2석에서 15석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현지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높은 물가 상승과 실질 임금 하락, 사회 양극화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을 지목하고 있으며, 급증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일본인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키운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