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라부부' 인형 열풍, 심리적 불안감의 반영
최근 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완구 기업 팝마트의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 수집 열풍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내면의 불안과 갈등을 반영한 현상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심리학적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POP MART JAPAN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의 보도에 따르면, 홍콩 출신 네덜란드 거주 아트토이 작가 룽카싱이 디자인한 라부부는 토끼를 연상시키는 긴 귀와 큰 눈, 뾰족한 이가 달린 큰 입이 특징적인 캐릭터입니다.
북유럽 숲의 엘프를 모티브로 한 이 인형은 중국을 넘어 아시아, 북미, 유럽, 중동 등 전 세계로 인기가 확산되고 있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일본 도쿄에서는 라부부 인형을 구매하기 위해 팬들이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으며, 인도네시아 발리의 신규 매장에서는 인파가 몰리면서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습니다.
블랙핑크 리사, 리한나, 두아 리파 등 글로벌 셀러브리티들이 라부부 인형을 소장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인기는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경매에서는 희귀 라부부 인형이 무려 15만 달러(약 2억 800만원)라는 고가에 낙찰되기도 했어요.
YouTube 'Vanity Fair'
심리 전문가들이 바라본 라부부 열풍의 이면
이러한 전 세계적인 라부부 열풍에 대해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임상 심리학자 트레이시 킹은 이 현상이 "번아웃 증상과 단절에 대한 반응"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에 따르면 라부부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Z세대의 심리적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킹 심리학자는 Z세대가 이전 세대만큼 재정적 안정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라부부 같은 수집품은 본인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소유욕을 충족시킨다는 분석이에요.
X 'Angesibeef'
특히 킹은 "Z세대는 팬데믹, 경기 침체, 기후 위기 등 세계적 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지켜봐 왔기 때문에 이전 세대가 지닌 삶의 큰 목표가 종종 달성할 수 없게 느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전 세대가 주택 담보 대출과 연금을 위해 저축했던 반면, Z세대는 '지금 이 순간'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그는 Z세대의 장난감 수집이 '미성숙함'의 표현이 아니라 '감정적 치유의 한 형태'라고 강조했습니다.
심리학자 다니엘 글레이저 박사 역시 라부부 수집 열풍이 특정 세대의 경향성을 반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Z세대가 경제적 불안정과 팬데믹으로 점철된 시기에 성인이 되었으며, 이처럼 불확실한 세상에서 작은 소비를 통해 즉각적인 만족감을 되찾으려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설명했어요.
한편, 실험 심리학자 에마 팔머 쿠퍼 박사는 수집이 강박관념이 되어 과도한 지출로 이어지는 행위는 해롭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수집 행위가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더 깊은 감정적 문제를 회피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