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9일(화)

"열심히 일해서 나라 빚 줄이자"... 공휴일 이틀 폐지했다는 '이 나라'

프랑스 정부, 재정적자 해소 위해 공휴일 2일 폐지 추진


프랑스 정부가 만성적인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휴일 2일을 폐지하는 강경책을 내놓았습니다.


 이 조치는 경제활동 증가를 통한 세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휴식을 중시하는 프랑스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를 "노동자에 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하며 반대 청원과 함께 정부 불신임 투표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 / gettyimagesKorea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 / gettyimagesKorea


지난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국가 부채 감축을 위해 제안한 '공휴일 이틀 폐지' 정책이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바이루 총리의 중도파 연립정부는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를 위해 불신임 투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공휴일 폐지의 경제적 효과와 역사적 논란


바이루 총리는 전날 내년도 재정계획 발표에서 부활절 다음날과 2차세계대전 전승일(5월 8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부활절 휴일은 더 이상 종교적 의미가 없고, 두 공휴일이 모두 5월에 집중되어 있다"며 "이 조치로 기업과 공공서비스, 상점 등의 경제활동이 증가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img_20221130174101_n8fd1b12.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프랑스의 공휴일은 현재 연간 11일로,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국(8일)보다는 많은 편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연간 42억 유로(약 6조7,0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8%에 달했으며, 바이루 총리는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08년 그리스와 같은 재정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4.6%로 줄이고, 2029년까지 3%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프랑스 사회 전반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극우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공휴일 폐지는 프랑스의 역사와 정체성, 노동에 대한 가치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uu'.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파비앵 루셀 공산당 대표도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2차대전 승전기념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것은 그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할 때 '역사적 망각'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와 경제적 실효성 논란


프랑스에서는 과거에도 공휴일 폐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습니다.


2003년 자크 시라크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성령강림절 휴일을 '연대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이는 휴일에 일하고 그 수익을 폭염 피해를 입은 노인들을 위해 사용하자는 취지였으나, 사업장마다 관리가 제각각 이루어지면서 파업과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1959년 샤를 드골 대통령도 경기 부양을 이유로 2차대전 전승기념일을 휴일에서 제외했으나, 여론의 반발로 결국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에서 다시 부활시켰습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공휴일 폐지가 실질적인 세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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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통계청(INSEE)은 '공휴일 이틀 폐지'에 따른 GDP 증가율이 0.06%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덴마크도 2023년 대기도의 날을 폐지했지만, 이로 인한 추가 경제 산출량은 0.01~0.06%에 그쳤습니다.


2012년 재정 위기를 겪은 포르투갈은 공휴일 4개를 폐지했다가 4년 후에 다시 부활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반면, 프랑스 출신 경제학자 샤를 와이플로스는 르몽드 기고문을 통해 "바이루의 예산안은 용감하고 전반적으로 잘 고안된 것"이라며 "두 개의 공휴일을 폐지하면 세수가 40억 유로 증가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의 국가 부채가 매 초마다 5,000유로(약 800만 원)씩 증가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휴일 문화를 중시하는 프랑스 사회에서 이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