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의 어두운 이면: 로로피아나의 노동 착취 스캔들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던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이탈리아 계열사 '로로피아나(Loro Piana)'나가 노동 착취 스캔들에 휘말렸습니다.
블랙핑크 리사의 연인으로 알려진 프레드릭 아르노(Frederic Arnault, 29)가 CEO로 있는 로로피아나가 저임금과 노동 착취를 방조했다는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LVMH
지난 14일(현지 시간) 영국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로로피아나는 공급업체를 적절하게 감독하지 못했다는 혐의로 1년간 법원의 감시를 받게 됐습니다.
이는 앞서 지난해 6월 LVMH 산하 브랜드 디올의 385만 원짜리 가방의 원가가 8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일 밝혀진 계기가 된 하청업체의 노동 착취 방치·조장 사건과 동일한 혐의입니다.
충격적인 작업 환경과 노동 착취 실태
로로피아나는 성명을 통해 공급업체가 자사에 알리지 않고 하도급 계약을 맺어 법적, 계약적 의무를 위반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또한 이 사실을 알게 된 지난 5월 해당 공급업체와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Depop
로로피아나에 대한 의혹은 지난 5월 밀라노 노동 보호국의 카라비니에리 경찰이 중국인 공장주를 체포하고 밀라노 북서쪽 교회에 위치한 그의 공장을 폐쇄하면서 제기됐습니다.
고급 캐시미어 의류를 생산하는 로로피아나는 하청업체에 의류 제작을 맡겼고, 해당 하청업체는 다시 밀라노 인근에 있는 중국 업체에 하청을 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2차 하청업체는 불법 체류 중인 아시아인 노동자들을 고용해 휴일과 야간까지 장시간 불법 노동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국은 전력 사용량을 분석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고, 무허가 기숙사, 비위생적인 작업 환경, 안전장치 미비 등도 적발했습니다.
조사 결과, 해당 공장에서는 불법 이민자 5명을 포함한 중국인 노동자 10명이 주 7일, 주당 최대 90시간 강제 노동을 하고 있었으며, 시급은 고작 4유로(한화 약 6,500원)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은 공장 내 불법으로 설치된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한 근로자는 고용주에게 맞아 45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고 신고했으며, 미지급된 임금이 1만 유로(한화 약 1,600만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로로피아나의 캐시미어 재킷 중 하나 / 로로피아나 공식 홈페이지 캡처
특히 중개 회사 소유는 최근 몇 년 동안 로로피아나를 위해 연간 약 6,000~7,000벌에 달하는 재킷을 생산했으며, 재킷 하나당 80~128유로(한화 약 13만~20만 6,000원)에 납품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로로피아나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는 남성용 캐시미어 재킷의 가격은 3,000~5,000유로(한화 약 약 484만~807만 원)에 달합니다. 생산 비용과 판매 가격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밀라노 법원은 로로피아나가 실제 제조 능력이 없는 두 개의 가짜 회사를 통해 생산을 이탈리아 내 중국 소유 공장에 하청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로로피아나가 더 높은 이익을 얻기 위해 공급업체를 적절하게 감독하는 데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로로피아나 측은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자체 품질 및 윤리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지속해서 검토해 왔으며 앞으로도 통제 및 감사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5월 태그호이어 행사에 함께 참석한 프레데릭 아르노와 블랙핑크 리사 / Instagram 'voguethailand
한편 최상급 캐시미어 브랜드 로로피아나는 로고 없이 차분한 디자인, 최고급 소재를 내세우는 초고가 정책으로 '재벌들의 유니클로', '억만장자를 위한 유니클로'로 불려왔습니다.
2013년 LVMH 그룹이 지분 80%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3월부터는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막내아들이자 블랙핑크 멤버 리사의 연인으로 알려진 프레드릭 아르노가 CEO를 맡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화려한 명품 브랜드 뒤에 숨겨진 어두운 현실을 다시 한번 드러내며, 패션 산업의 윤리적 생산과 공정한 노동 환경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