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7일(일)

당뇨 앓던 아버지 위해 만든 '인절미 빙수'로 성공한 설빙... 이젠 짝퉁 정리하러 필리핀 간다

짝퉁 'K디저트' 판치는 해외 시장...설빙도 피해자였다


K푸드와 K컬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를 베낀 이른바 '짝퉁 K브랜드'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설빙 역시 대표적인 피해자였습니다. 


설빙은 2015년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이미 '설빙원소'라는 상표를 선점한 현지 업체에 가로막혔습니다. 이 업체는 브랜드명뿐만 아니라 메뉴 구성, 직원 유니폼, 진동벨, 심지어 인테리어까지 설빙을 그대로 모방했습니다. 설빙이 중국 진출을 시도하자 오히려 이 업체가 중국 당국에 설빙을 신고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결국 설빙은 수년간 소송을 벌였고 2022년 상표권 무효 판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실익은 없었습니다. 끝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며 현지 협력사에게 이미 받은 라이선스 수수료 약 10억 원까지 되돌려줘야 했습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필리핀 등에서도 설빙을 모방한 'K디저트' 카페가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 인기를 흡수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마닐라 여행 후기 등에서 "설빙 비슷한 카페", "설빙인 줄 알았다" 등의 경험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설빙은 필리핀에 정식 진출하기로 했습니다. 오리지널 K-디저트 브랜드 설빙이 선택한 전략은 '정면 돌파' 입니다.


이번엔 진짜다...설빙, 필리핀 공식 진출


지난 14일 설빙은 서울 중구 본사에서 필리핀 기업 Beyond Bingsu Café Inc.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하며 필리핀 공식 진출을 알렸습니다. 이 회사는 필리핀 전역에 2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인 외식 대기업 Fredley Group의 자회사로 이번 설빙 사업을 위해 신설된 법인입니다.


[설빙-추가이미지] 설빙, 필리핀 진출… 현지 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체결.jpg설빙 해외사업본부 김덕주 상무, 대표이사 김의열 대표, Beyond Bingsu Café Inc. Ms. Winnie GO 대표, Mr. Avin Ong 총괄 이사 (왼쪽부터) /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


설빙 필리핀 1호점은 수도 마닐라의 랜드마크 쇼핑몰 'SM 몰 오브 아시아(SM Mall of Asia)'에 연내 오픈 예정입니다. 이어 마닐라에 2호점도 추가로 문을 엽니다.


설빙 관계자는 "Beyond Bingsu Café Inc.가 필리핀 현지에서의 풍부한 외식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장 운영 및 현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설빙의 성공적인 필리핀 시장 안착과 사업 안정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며 "설빙은 국내에서도 여름 신메뉴 화채설빙 2종과 메론설빙 2종 등이 큰 호응을 얻으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여름 성수기를 맞아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효심'에서 시작된 K디저트, 세계로 가다


설빙의 시작은 '효심'이었습니다. 창업자 정선희 대표는 당뇨병을 앓던 아버지를 위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고민하던 중, 인절미·콩가루·우유를 활용한 '인절미 빙수'를 개발했습니다. 이 메뉴가 손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카페는 연일 북새통을 이뤘고 정 대표는 브랜드명을 '설빙'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됩니다.


그렇게 2013년 부산에서 시작된 설빙은 지금 전국 6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한국식 전통 디저트를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설빙'이라는 이름 두 글자만으로도 브랜드의 정체성이 바로 떠오를 만큼,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셈입니다.


[설빙-이미지자료] 설빙, 필리핀 진출… 현지 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체결.jpg설빙 경영기획본부 김찬경 상무, 해외사업본부 김덕주 상무, 대표이사 김의열 대표, Beyond Bingsu Café Inc. Ms. Winnie GO 대표, Mr. Avin Ong 총괄 이사, James 마케팅 디렉터 (왼쪽부터) /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


이어 설빙은 2023년, 국내 사모펀드 UCK파트너스에 인수되며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공차, 테라로사 등 국내외 식음료 브랜드를 성공시킨 UCK파트너스는 설빙에도 '공차의 성공 DNA'를 이식하겠다는 전략 아래 2024년 4월 김의열 전 공차 대표를 설빙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표준화"라며, 설빙의 브랜드 시스템 재정비와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공차를 국내 정상급 브랜드로 키워낸 인물로 일본과 대만 시장 진출, 미국계 사모펀드 매각까지 성공적으로 이끌며 5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제 김 대표의 손에서 설빙은 국내를 넘어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 전역으로 뻗어나갈 준비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