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객기 추락 원인, 이륙 직후 엔진 연료 스위치 차단으로 밝혀져
지난달 12일 인도 서부 아마다바드의 사르다르 발라브하이 파텔 국제공항에서 런던행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가 이륙한 지 약 30초 만에 추락한 에어인디아 소속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 탑승자 242명 중 1명을 제외한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사망했으며 항공기는 한 의과대학 식당 건물을 들이받은 뒤 불길에 휩싸여 폭발했습니다.
총 사망자는 지상에 있던 수십 명을 포함해 260명이 넘어, 1996년 이후 인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약 한달 만에 해당 추락 사고의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에어 인디아 여객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12일(현지 시간) 인도항공사고조사국(AAIB)이 공개한 예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비극적인 사고는 이륙 직후 엔진 연료 스위치가 차단되어 엔진이 거의 꺼지면서 발생했습니다.
AAIB의 보고서는 지난달 12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이륙한 여객기가 약 3분 후 1번과 2번 엔진의 연료 공급 스위치 2개가 '작동' 위치에서 '차단' 위치로 전환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로 인해 두 엔진으로의 연료 유입이 중단되었고, 엔진 출력이 감소하면서 여객기의 고도가 급속히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종실 음성 녹음에는 한 조종사가 다른 조종사에게 "왜 연료를 차단했느냐"고 묻자, 다른 조종사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대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이 대화에서 누가 기장이고 부기장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항공 전문가들, 인적 요인 가능성 지적
항공 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의도적이든 실수든 인간의 개입 없이는 해당 스위치들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2025년 6월 12일(현지 시간) 인도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한 에어인디아 항공기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미국의 항공안전 전문가 존 낸스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정신인 조종사라면 비행 중에 이 스위치를 절대 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항공기가 이륙해 막 상승하는 시점에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연료 스위치 2개가 꺼진 지 약 10여 초 만에 다시 이들 스위치를 켜서 두 엔진을 재점화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1번 엔진만 살아나기 시작했고, 2번 엔진은 충분한 출력을 다시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보고서는 연료 조절 스위치가 "약 1초 간격으로 차례차례" 꺼졌으며, "항공기가 공항 경계 벽을 넘기 전에 고도를 잃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항공우주 엔지니어이자 전투기 조종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조종사들이 연료 스위치를 다시 켜는 데 10여 초씩 걸린 것은 "정말 이상하다"면서 "나는 스위치를 다시 켜기 위해 10초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즉시 그것들을 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한 조종사가 긴급 비상 신호인 '메이데이'를 보냈고, 수 초 뒤 여객기는 추락했습니다. 연료 스위치가 꺼진 시점에서 '메이데이' 신호 전송까지 걸린 시간은 약 33초에 불과했습니다.
아메다바드 비행기 추락 사고 생존자 비슈와시 쿠마르 라메시 / Hindustan Times
항공 전문가들은 연료 스위치를 끄면 거의 즉시 엔진이 꺼지기 때문에 비행 중 이 스위치를 끄는 것은 엔진 화재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만 이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추가 조사 진행 중, 제작사 결함은 발견되지 않아
현재까지 연료 스위치가 꺼진 정확한 이유와 누가 스위치를 조작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추락한 여객기의 기장은 비행 경력이 1만5000여 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으로 에어인디아 교관이기도 했으며, 부기장은 3400시간의 조종 경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조사관들은 여객기 제작사인 보잉이나 엔진 제작사인 GE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증거는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AAIB는 추가 조사를 거쳐 1년 안에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회원국인 인도는 사고 발생 후 30일 이내에 예비 조사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