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 초여름 폭염 비상... 학교 휴교·관광지 폐쇄
유럽 전역이 이례적인 초여름 폭염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기록적인 고온으로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주요 관광지가 문을 닫는 등 일상생활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폭염 관련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일(현지시간)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는 5년 만에 처음으로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3일까지 연장했다. 파리의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국은 약 2000개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프랑스의 상징인 에펠탑 상층부도 이틀 연속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스포츠 행사, 축제, 학교 소풍 등 야외 활동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파리에 거주하는 85세 노인 니콜은 "우리는 두더지처럼 살고 있다"며 폭염 속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프랑스 당국은 공원 개방 시간을 연장하고 교회와 박물관에 냉각 센터를 설치해 시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노인과 만성질환자, 노숙자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 각국 폭염 대응 나서... "기후변화로 상황 악화"
네덜란드 북부 지역은 이날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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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과 서브라반트주 전역의 학교들은 무더위를 피해 수업 시작 시간을 앞당겼다. 벨기에, 스위스, 독일도 폭염 경고를 발령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유럽에서 수백만 명이 고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앞으로 며칠 동안 유럽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평균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주말 일부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 46도를 기록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일시적으로 기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40도가 넘을 전망이다.
독일도 3일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C3S 부국장인 기후 과학자 사만다 버제스는 "이번 폭염은 극단적인 데다 초여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기후 변화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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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국가에서는 기온 관련 기록이 갱신됐다. 네덜란드는 역대 가장 더운 7월의 첫날을 기록했고,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6월 일일 최고 기온을, 스페인과 영국은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번 초여름 폭염이 새로운 기후 현실이라며 인류가 폭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클레어 눌리스 WMO 대변인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로 극심한 폭염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의 토마소 델라 롱가는 "유럽 도시들이 폭염에 적응하고 있지만 충분히 빠르지도, 충분히 광범위하지도 않다"며 "폭염으로 인한 인프라 문제와 국가 의료 시스템에 대한 압박을 겪고 있으며, 여전히 과잉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유럽은 2022년 폭염으로 약 6만 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번 폭염으로 스페인에서는 2세 아이가 강한 햇볕 아래 차 안에 몇 시간 동안 방치된 후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