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9일(화)

아이 떨어지자 품에 안아 구해준 '영웅 고릴라'... 28년 만에 전해진 근황

아이 구한 영웅 고릴라 '빈티 주아', 37번째 생일 맞이


약 30년 전 한 어린이의 생명을 구해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고릴라 '빈티 주아'가 최근 37번째 생일을 맞았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피플지는 시카고 외곽 브룩필드 동물원에 거주하는 서부고릴라 빈티 주아가 지난 3월에 생일을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다운로드.jpg(왼) 영웅 고릴라 빈티 주아 / ABC 뉴스, (오) 3월 최근 모습/ 브룩필드 동물원


스와힐리어로 '햇살의 딸'이라는 의미를 가진 빈티 주아는 1996년 8월 16일, 당시 8살이었을 때 고릴라 우리 안으로 떨어진 세 살배기 남자아이를 구조한 사건으로 전 세계적인 영웅이 됐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17개월 된 새끼를 등에 업고 있던 빈티 주아가 의식을 잃은 아이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70kg이 넘는 거대한 고릴라가 아이에게 접근하자 관람객들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빈티 주아는 놀랍게도 아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자신의 허리에 두르고 품에 안은 채 동물원 관계자들이 기다리던 문 쪽으로 데려갔다.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한 동물원 관계자는 빈티 주아가 아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고 전했다.


모성 본능과 사육 환경이 만든 기적적 구조


이 사건은 2016년 6월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발생한 유사 사고와 비교되며 더욱 주목받았다.


고릴라 빈티 주아가 3세 남자아이를 사육사에게 데려다주기 위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 ABC 뉴스


당시 하람비라는 수컷 고릴라가 우리에 빠진 아이를 질질 끌고 다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 결국 고릴라가 사살된 것과 달리, 빈티 주아의 사례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두 사건의 다른 결과에 대해 하람비는 수컷이고 빈티 주아는 암컷이라는 점을 주요 차이로 지적했다.


사고 후 약 1년간 많은 사람들은 빈티 주아의 행동이 모성 본능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빈티 주아의 사육사 제이 피터슨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아이를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며 "영상의 일부에서는 아이를 품에 안고 다른 고릴라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어깨를 돌리는 모습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물원 사육사들은 빈티 주아가 사육 환경에서 태어나 사람들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람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구조된 아이는 손이 부러지고 얼굴에 약간의 상처를 입어 병원에 나흘간 입원했다.


다운로드 (7).jpg빈티 주아 / ABC 뉴스


단 5분 만에 일어난 이 사건 이후 빈티 주아는 동물원의 인기 스타가 되어 전 세계에서 선물과 편지가 쏟아졌다.


일부 사람들은 빈티 주아를 입양하겠다며 거액을 제시했고, 일리노이주의 한 마트는 감사의 의미로 약 11kg의 바나나를 선물했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멸종위기종인 서부고릴라는 야생에서 약 35년간 생존하지만, 빈티 주아처럼 사육 환경에 있는 개체들은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