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모델, 프로포폴 주사 후 사망... 의료 과실 논란
대만에서 활동하던 인기 레이싱 모델이 프로포폴 주사 후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에서 활동하는 30대 레이싱 모델 차이위신은 만성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소위 '우유 주사'라 불리는 프로포폴을 맞았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졌다.
차이위신은 170cm의 큰 키와 뛰어난 외모로 모터쇼에서 주목받았으며 대만의 대표 미녀 배우 린즈링을 닮아 '제2의 린즈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팬들과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차이위신 / Facebook 'Cai Yuxin'
프로포폴 주사 후 심정지... 18일간 혼수상태
오랫동안 불면증에 시달려온 차이위신은 지난달 25일 친구의 권유로 타이베이의 페어리 클리닉에 방문해 프로포폴을 맞았다.
프로포폴은 우유 빛깔을 띠는 전신마취제로, 주로 수술 시 마취나 마취 전 단계에 사용된다.
중추신경을 빠르게 억제함으로써 통증을 없애고, 뇌에서 수면 신호를 주는 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기분을 좋게 하는 도파민 수치를 높여 진정 효과를 준다. 특히 도파민 분비 과정이 프로포폴 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우울증, 불면증,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숙면 효과를 볼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투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엄연히 오남용에 해당한다.
프로포폴 / GettyimagesKorea
차이위신에게 프로포폴 주사를 놓은 사람은 '지방흡입술의 대부'로 알려진 대만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이자 병원장인 우샤오후 박사였다. 그러나 우 박사는 주사 후 진료실을 떠났고, 간호사 면허가 없는 남성 보조원 한 명만이 그의 상태를 모니터링했다.
결국 차이 씨는 심정지와 호흡 정지를 겪었고, 남성 보조원은 우 박사에게 긴급히 연락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현지 매체들은 설정 오류로 인해 프로포폴 주입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단시간에 과다한 양의 약물이 체내에 주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우 박사가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차이위신의 심장은 이미 멈춘 상태였다. 그녀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8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
결국 지난 12일, 가족들은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가슴 아픈 결정을 내려야 했다.
Facebook 'Cai Yuxin'
의료법 위반 혐의... 대만 당국 조사 착수
지방 당국은 우 박사가 과실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히고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대만에서 프로포폴은 4급 규제 약물로 분류되어 자격을 갖춘 의료진과 정밀 모니터링 장비가 갖춰진 전문 의료 환경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마취과 전문의 라이 셴융은 "프로포폴은 매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약물입니다. 불면증 치료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의료 윤리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이와 유사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기도 관리에 대한 전문 교육 없이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의료진은 환자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는 셈이다"라고 경고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차이위신의 사망 소식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분노를 안겼다.
한 누리꾼은 "이건 살인이나 다름없다. 경찰이 책임자를 신속히 처벌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분노를 표했다.
한편 국내에서 프로포폴은 2011년 2월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어 강력히 규제되고 있다.
지난 2월 7일부터는 의료인의 프로포폴 셀프 처방도 전면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