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물 삭제 비용, 가해자 대신 국민 세금으로 부담
여성가족부가 딥페이크 성착취물,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성범죄물 삭제 비용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왔다는 것.
지난 22일 뉴시스에 따르면 현행법상 여가부는 제작자, 배포자 등에게 삭제 비용을 청구할 수 있지만, 모든 성범죄물 삭제에 정부 예산을 썼다.
22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는 현재까지 여가부의 구상권 청구 사례가 '0건'으로 기록돼 있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여가부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를 통해 2018년부터 디지털성범죄물 삭제지원을 진행해왔으며, 5년간 총 91만 1,560건의 삭제지원을 수행했다.
지난해의 경우 무려 30만 2,397건에 달하는 삭제지원이 이루어졌다.
삭제 비용 부담 커지는데 구상권 행사는 '0'
삭제지원에 소요되는 정확한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매체는 현재 센터의 운영 방식을 고려했을 때 상당한 금액일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까지 고도화된 탐지 기술이 정착되지 않아 삭제 전담자들이 수기로 피해 영상물을 찾아 플랫폼 사업자 등에 삭제 요청을 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디지털성범죄물은 한번 유포되면 순식간에 여러 플랫폼으로 확산되는 특성이 있어 삭제 작업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4.24 / 뉴스1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제7조의3은 국가가 불법촬영물 등 삭제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출한 경우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상권 행사 대상은 디지털성범죄물을 제작해 유포하거나, 영상물로 피해자를 협박한 이들이다.
하지만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가부가 구상권을 행사하지 못한 배경에는 가해자의 개인정보 등을 수사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여가부 관계자는 뉴시스에 "구상권을 실제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범죄 경력, 주소 등 개인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행히 지난해 성폭력방지법이 개정되어 2023년 4월 17일부터 하위법령과 함께 시행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여가부는 수사기관에 가해자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상권 행사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삭제지원에 드는 비용을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실질적인 구상권 청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여가부는 "검토·협의 및 사전 연구 등이 필요한 상황으로, 내년도 연구를 위한 예산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보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진숙 의원은 "구상권 청구를 위한 법적 근거가 이미 마련된 만큼, 이제 정부는 실질적 집행에 나서야 할 때"라며, "국민 세금으로 성범죄자의 책임을 대신하는 상황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