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30일(월)

신호등에 '숫자 달기' 실험 결과... "잔여시간 보여줬더니 더 밟았다"

정책 과제로 추진된 '신호등 잔여시간'... 시범운영 결과는 '역효과'


윤석열 정부의 정책 과제로 추진됐던 차량 신호등 잔여시간 표시 장치가 교통사고 예방은커녕, 오히려 정지선 위반을 급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교통안전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해당 장치의 도입을 전면 보류했다.


125125125125125125.jpg사진=한국도로교통공단


대구와 천안, 의정부 등 4개 교차로에서 약 6개월간 이뤄진 시범운영 결과, 사고 위험이 오히려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지선 넘는 차량 40% 늘어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차량 신호등 잔여시간 제공에 따른 운전자의 교차로 운행 행태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잔여시간을 제공한 뒤 정지선을 넘은 차량의 비율은 시행 이전보다 약 40% 증가했다.


연구팀은 "운전자들이 잔여시간을 보고 신호위반 단속을 피하려 급정거하면서 오히려 정지선을 넘는 사례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교차로 내 추돌사고, 직각충돌, 보행자 충돌 가능성 등도 동반 상승했다.


반면, 신호 위반 자체는 약 37% 감소해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확인됐다. 그러나 전반적인 교차로 안전성 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게 경찰청의 판단이다.


34734683568368.jpg사진=한국도로교통공단


내비게이션 통한 실시간 정보는 여전히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호 잔여시간 정보는 여전히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해 서울, 인천, 대구, 대전 등 10개 이상 지자체에서 주요 교차로 신호 정보를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내비게이션에서 신호등 잔여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양측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5초 전부터는 숨긴다"...경찰, 위험 방지 노력 중


경찰청 관계자는 "신호가 바뀌기 직전 5초는 예측 출발이나 과속을 유도할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잔여시간 장치 설치는 부정적 효과가 뚜렷했지만, 내비게이션을 통한 정보 제공은 운전자 편의를 위한 것으로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신호 잔여시간은 본래 '예측 운전'을 도와 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실증 실험 결과, 운전자의 조급한 반응을 유발해 정작 교차로 내 안전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