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3일(금)

보이스피싱범에 '가스라이팅' 당해 모텔에 '셀프감금'한 20대 여성

보이스피싱에 속아 모텔에 자가 감금한 20대 여성, 경찰 구출


검찰 검사를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를 모텔에 가두고 경찰마저 의심했던 20대 여성이 금전적 피해를 입기 직전 구조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1일 대전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일 낮 12시 42분께 용전지구대를 찾은 한 남성이 "여자친구가 어제 아침부터 금융감독원, 경찰, 수사관이라는 사람과 통화하더니 모텔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해당 모텔로 출동해 상황을 파악했다. 확인 결과 20대 여성 A씨는 신고 전날부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으며, 가짜 수사 서류까지 받은 상태에서 그들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A씨에게 "검찰이 수사 중인 특수 사기 사건에서 본인 통장계좌가 발견됐다"며 범죄 연루 가능성을 암시하며 장시간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이들은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에 가서 대기하라.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바로 구속하겠다"며 A씨를 고립시키는 수법을 사용했다.


보이스피싱범에게 완전히 '가스라이팅' 당한 A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경 혼자 모텔을 찾아 약 20시간 동안 사기범들과 지속적으로 통화했다.


더 심각한 것은 범죄자들의 지시에 따라 스마트폰 공기계를 구입하고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까지 설치한 A씨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마저 의심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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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내어 주지 않으려는 A씨를 끈질지게 설득해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경찰은, 범행에 사용되는 악성 앱이 3개나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A씨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탈취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를 모텔 등 공간에 고립시킨 뒤 겁박과 가스라이팅을 일삼아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내용의 연락을 받을 경우, 일단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대검찰청 찐센터'로 서류를 보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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