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진에어' 기장이 남긴 경고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 '안전'을 위해 자사 항공편을 이용하지 말라는 현직 진에어 기장의 글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적어도 7, 8월에는 진에어 타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자신을 현직 진에어 기장이라고 소개하며 "7, 8월 진에어 비행기를 이용해 여행 예정이신 분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쩌면 내부고발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누구보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기장으로서 승객분들과 동료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글을 적는다"고 덧붙였다.
진에어 / 사진 = 인사이트
A씨는 "오는 7월과 8월 성수기에 진에어 비행기 운항이 중지될 수 있다"며 "항공업계에서는 방학시즌인 7·8월과 12월·1월·2월이 성수기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 성수기에 비행기를 조종할 조종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진에어 운항승무원들은 월 휴무 10일을 보장하는 타 항공사와 달리 월 9일의 휴무만을 보장받고 일하고 있음에도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비행기 필수 운항 및 기타 특이상황이 생겼을 경우 이를 대비하기 위해 비행기 1대당 기장 8명, 부기장 8명을 배치할 것을 권하고 있으나, 현재 진에어의 기장과 부기장은 각각 240명과 185명 상당이라고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7월 성수기에는 부기장의 휴무를 기존 9일에서 8일로 줄여 운용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성수기니까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조종사들은 동남아에서 밤새고 들어와서 다음 날 새벽에 비행하는 등 인간의 생체리듬을 무시당하는 일정을 소화하며 피로감에 찌들어 있다"고 토로했다.
다가오는 성수기,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경영진이 무리하게 잡은 비행 스케줄로 인해 피로가 극에 달한 기장들이 운행하는 비행기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해당 항공사 이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게 A씨의 말이다.
처우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A씨는 "회사에 개선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승무원들에게 지급되는 기내식에 곰팡이가 피어 있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A씨가 진에어 승무원들에게 제공됐다고 주장한 기내식 모습 / 블라인드
실제로 '승무원들에게 제공된 기내식'이라고 주장하며 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계란프라이와 빵에는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남아있는 모습이다.
A씨는 “식중독 예방을 위해 기장과 부기장은 서로 다른 식사를 한다는 이야기 들어봤을 거다. 그런데 서로 다른 식사를 해도 부실한 음식 때문에 식중독이 무서워 굶는 분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곤하고, 졸리고, 배고프고 혹은 배 아픈 조종사가 조종하는 진에어 비행은 승객 여러분이 피하셨으면 좋겠다. 사고가 나면 안 되겠지만, 곧 사고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나서 그런다"고 당부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진에어 / 사진=인사이트
이와 관련해 진에어 측은 "현재 진에어는 국토부 권고 사항을 준수한 운항 승무원 보유·운영 중이며, 안전 운항에 이상이 없는 상태"라며 "성수기 기준 부기장 휴무 일수를 하향(8일) 조정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승무원 기내식의 경우, 직원들 피드백을 통해 정기적으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 곰팡이 기내식의 경우 현재까지 담당부서에 접수된 내용이 없으며, 기내식 공급 업체 확인 결과 해당 사진으로는 당사에 공급된 제품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진에어가 승무원들에게 제공한 기내식 / 사진 제공 = 진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