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3일(금)

광주 한복판 아파트에 '너구리 가족' 출몰... "귀엽지만 무서워요"

도심 속 야생동물과의 공존, 광주 아파트에 너구리 가족 출현


광주 광산구 장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너구리 가족이 출몰하면서 주민들이 야생동물과의 공존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지난 6일 이 아파트 단지에서는 새끼 너구리 9마리가 발견됐으며, 이들은 인적이 드문 아파트 뒷길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서로 뒤엉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origin_도심한복판아파트단지출몰너구리일가…주민과공존골머리.jpg뉴스1


전문가들은 도심 공원과 인접한 이 아파트의 지리적 특성상 너구리들이 길고양이 사료 등 먹이를 찾아 서식지를 확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에는 인근 아파트 10층 계단에서 너구리 한 마리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으며, 새끼 너구리의 부모로 추정되는 성체 너구리 목격 사례도 보고됐다.


안전 우려와 야생동물 보호 사이의 딜레마


개과의 포유류인 너구리는 들쥐나 곤충 등을 먹는 잡식성 동물로, 주로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몸을 숨기고 밤에 활동한다.


귀여운 외모로 주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인접한 지역 특성상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origin_도심한복판아파트단지출몰너구리일가…주민과공존골머리 (1).jpg뉴스1


일부 주민들은 너구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으나,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광견병 위험성을 고려해 먹이를 치우고 아이들의 안전을 당부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 주민은 아파트 후문에서 너구리와 마주치자 무서움을 느끼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50대 장 모 씨(여)는 "한두 마리는 귀엽다고 생각할 법하지만 여러 마리가 무리 지어 다니니 무섭긴 하다"며 "계속해서 번식하면 문제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야생동물과의 적절한 거리두기 필요


너구리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지 않아 강제 포획이나 사살이 불법이며, 사실상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origin_도심한복판아파트단지출몰너구리일가…주민과공존골머리 (2).jpg뉴스1


구조를 위한 포획은 가능하지만 너구리의 빠른 움직임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광주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관계자는 "너구리는 직접 다가가지 않는 한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며 "먹이를 주거나 호기심에 사진을 찍으며 가까이 갈 경우에는 공격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른바 '거리 두기'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한 결과, 너구리는 다른 야생동물에 비해 공격성이 낮은 편이지만, 접촉하거나 물림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부 질환이나 광견병 등에 감염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