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광 돌파구 vs 한라산 자연환경 보전해야
제주 한라산 정상부에 산악열차와 초호화 호텔을 개발한다는 계획이 제주도민사회 모르게 대한노인회 차원에서 기획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고태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애월읍갑)은 제439회 제1차 정례회 제1차 회의에서 대한노인회가 제시한 '한라산 산악열차 조성 사업(안) 제안'을 공개했다.
제안서에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약 5,500억 원을 들여 약 16km 길이의 산악열차(4,000억 원) 노선과 100실 내외의 산상 호텔(1,500억 원)을 짓는다는 계획이 담겼다.
한라산 / 사진 = 인사이트
사업 예시로 미국 워싱턴산, 스위스 알프스의 융프라우산, 오스트리아 샤프베르크산 등의 산악열차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한노인회는 제안서에 "천혜의 관광자원인 한라산의 자연환경을 사계절 상시 체험할 수 있는 개념의 산악열차 관광시설 도입을 통해 동북아 최고 관광 도시화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주도민사회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라산은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것.
제주도 "환경적 측면에서 묻어둘 문제 아냐... 긍정적으로 논의하자"
지난달 4일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인 한라산 앞 청보리밭에서 상춘객들이 봄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 뉴스1
고 위원장은 해당 제안서를 공개하며 "제주 관광산업 성장을 위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도 주고 있지만, 신성장 산업이 없기 때문에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기업 차원에서 제안했기 때문에 우리도 들어볼 필요는 있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환경적 측면에서만 그냥 묻어두려고 하지 말고 지사를 설득하라. 우리의 현재 동력으로는 제주도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요원하고 관광 발전은 어렵다"고 발언했다.
이날 김양보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제주의 특성에 맞게 어떤 관광시설이 필요한지, 오픈된(개방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접근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냈다.
융프라우산 산악열차 / railbookers
또 "글로벌 관점에서 볼 때 스위스나 다른 나라를 보면 100년 전에도 산악열차를 한 데도 있고, 다양하게 문화의 특성에 맞게끔 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지난해 11월 대한노인회 회장에 취임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기업인으로서 부영이 갖고 있는 무주리조트에 산상 열차를 만들어보고 싶고, 또 제주도 산악열차도 저희가 꼭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제주도의 상징인 산악열차와 호텔이 한라산에 만들어질지, 후대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자연환경 자체로 한라산이 보전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지난달 19일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노인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전 대선 후보(당시 대선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