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영어유치원 학원비 급등...대학 등록금 2배 수준
이른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학원비가 1년 새 큰 폭으로 올라, 연간 최대 1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4년제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710만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조기 영어 사교육 열풍이 여전히 식지 않으면서 영어유치원 시장은 특히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더 확산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지난 10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의 자료를 토대로, 서울과 경기 5개 지역(고양·안양·성남·용인·화성)에 위치한 반일제 이상 영어유치원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영어유치원 월평균 학원비는 135만 6000원으로, 전년 대비 3.5%(4만 6000원) 올랐다. 지역별로 보면 성북·강북은 13.4%, 서부 지역은 12.7%, 강서·양천은 10.4%가 인상돼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경기도 5개 지역의 경우 2023년 111만 4000원에서 2024년 122만 7000원으로 10.1% 증가했다. 특히 용인은 13.7%의 상승률을 기록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월평균 학원비에는 교습비뿐 아니라 교재비, 급식비, 차량비 등이 포함됐지만, 방과 후 프로그램 등 추가 비용은 제외돼 실제 부담은 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사걱세는 "서울과 경기 5개 지역 학원비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1476만~1632만원에 달한다"며 "유아 1인당 영어 사교육비가 1500만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원 수는 줄고 개설반은 늘어...시장은 '대형화' 흐름
서울 내 유아 대상 영어학원 수는 줄고 있지만, 일부 지역은 오히려 개설반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서울 내 영어유치원은 299곳으로 전년 대비 34곳 줄었고, 개설반 수도 623개로 10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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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강남·서초 지역의 경우, 학원 수는 94곳에서 84곳으로 줄었지만 개설반 수는 165개에서 181개로 증가해 수요는 여전히 견고함을 드러냈다.
경기도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영어유치원 수는 119곳으로 3곳 줄었지만 개설반은 오히려 101개 증가해 376개에 달했다. 특히 안양은 개설반 수가 22개에서 116개로, 무려 94개가 늘었다.
사걱세는 이에 대해 "소규모 학원이 퇴출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학원이 다수의 반을 운영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업시간도 중학생보다 길어...하루 평균 5시간 넘겨
수업 시간도 눈에 띈다. 서울 영어유치원의 하루 평균 교습 시간은 5시간24분, 경기 5개 지역은 5시간8분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등학교 1~2학년의 하루 수업 시간(3시간20분)보다 2시간 이상 길고, 심지어 중학교 1학년 하루 수업 시간(4시간57분)보다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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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유아기에 장시간 외국어 노출이 언어 습득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인식과 맞물리면서, 과도한 사교육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걱세는 "무분별한 조기 영어 사교육으로 유아기의 균형 잡힌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과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