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숴서라도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로 출동한 군 지휘관이 곽종근 당시 육군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이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는 취지의 지시를 들었다는 증언이 다시 한번 나왔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현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준장)은 '대통령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숴서라도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는 취지의 지시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26일 열렸던 재판에서도 이 준장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이 준장은 "곽 사령관이 상부와 화상회의를 했다고 들었다"며 "누가 그런 지시를 했느냐고 했을 때는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 직후 (휘하 특전사) 대대장과 통화할 때도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했다'고 전달했다"며 "제가 만약 상부라고 했으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대통령 지시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관련해 윤 전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 지시라고 듣지 않았는데 형사처벌을 면해보려고 다른 진술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침묵 지키던 윤 전 대통령, 불리한 증언 이어지자 입 열어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을 붙잡아 막아서고 있다. / 뉴스1
그러자 이 준장은 "제가 알고 있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부하들에게 '내 부하들이 처벌받으면 나는 죽어버리겠다'고 약속했다"며 "거짓말하는 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맞섰다.
증언을 듣다 직접 반박에 나선 윤 전 대통령은 "국방부 지휘통제실 화상회의는 계엄 선포 직후 전국 지휘관들에게 장관이 당부하는 이야기를 하고 끝날 때 수고했다는 당부사항 때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간에 각급 부대와 화상회의를 했다는 건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CCTV에 담긴 창문 깨고 국회 진입하는 계엄군 / 뉴스1
또 "상부와 화상회의 중에 이런 지시를 특전사령관이 받았단 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거니와 군에서 상부는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것도 명백히 거짓말"이라며 "군에서 상부는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까지를 상부라고 한다"고 항변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1, 2차 공판 때 모두발언 등에서 입장을 밝혔지만 증인신문이 본격 진행되면서는 스스로 입장을 거의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계속 이어지자 직접 입을 연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