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선생님 예쁘세요" 발언 교권침해 아냐
"선생님 예쁘세요, 저랑 사귀실래요?"라는 발언으로 교권 침해 학생으로 지목돼 징계를 받았던 초등학생이 법정 다툼 끝에 억울함을 풀게 됐다.
법원은 해당 발언이 부적절할 수는 있으나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행정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A군 측이 원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제기한 학교에서의 봉사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A군은 5학년이던 지난해 3월 4일 시업식 후 담임교사 B씨에게 "선생님 예쁘세요, 저랑 사귀실래요?"라는 발언을 해 성적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로 올해 1월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부터 교내 봉사 2시간이라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A군 측은 "선생님 예쁘세요"라고만 말했을 뿐, "저랑 사귀실래요"라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선생님 예쁘세요"라는 표현은 학생들의 애정 표현으로 정상적인 범주에 해당하며 "결혼해주세요" 등의 발언도 성희롱이나 교육활동 침해라고 표현하는 교사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목격 학생의 자필 진술서 등을 토대로 A군의 "저랑 사귀실래요" 발언 사실은 인정했지만, 해당 발언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거나 담임교사를 당혹스럽게 하는 발언일 수는 있어도,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관점에서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발언이거나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A군이 평소 다른 학생들에게도 성적인 언동을 했음을 알게 되어 이를 학부모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B교사의 신고 경위에 대해서도 이런 사정만으로 A군의 발언에 '성적인 의미'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B교사가 A군을 교권 침해 행위로 신고한 배경에 주목했다.
A군 측은 학기 초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겪어온 A군과 부모가 B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느꼈다.
또 언어폭력, 폭행, 성폭력 피해가 심해지자 A군 측은 지난해 9월 학교폭력 신고와 함께 가해 학생들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으며 일부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고 일부는 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게 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과정에서 A군 측은 지난해 11월 B교사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는데, 그 후 B교사가 A군의 학기 초 발언을 문제 삼아 뒤늦게 교권 침해로 신고한 점이 석연치 않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A군 부모가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 B교사에게 주의를 당부한 것을 이유로 내려진 특별교육 이수 6시간 처분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모의 자녀 교육권'은 헌법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으로, 자녀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 담임교사에게 이를 알리고 해결 방안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A군 부모가 B교사의 대처방식을 다소 공격적으로 지적했으나, B교사가 문제해결 과정을 충분히 알려주지 않았던 점, A군이 겪은 학교폭력과 성폭력의 심각성, 갈등 기간이 짧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교권 침해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