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 한가운데 묶여 두 달...작은 개집 하나에 의존
제주 바다 위 양식장에서 줄에 묶인 채 고립된 진돗개 한 마리가 발견돼 동물보호단체가 구조에 나섰다. 해당 진돗개는 약 두 달간 물리적 연결로부터 단절된 해상 구조물에 방치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제주 지역 유기동물 보호센터 '행복이네'와 함께 이 개를 구조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케어 측에 따르면 문제의 진돗개는 제주의 한 양식장에 설치된 가두리 형태의 해상 시설물에 묶여 있었으며, 해상 위에 놓인 작은 개집 하나를 의지한 채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이어왔다.
Instagram 'jeju_happyshelter'
특히 인근에서 양식장을 지키는 다른 개들은 뭍으로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있는 반면, 해당 개는 바다 위에 홀로 남겨진 채 구조적 연결도 없이 고립돼 있었다.
"말랐고 거의 움직이지 못해...태풍 오면 생명 위협"
행복이네 측은 제보를 받고 배를 타고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현장을 다녀온 행복이네 소장은 "개가 극도로 마른 상태였고,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개의 상태를 보고 온 마음이 무너졌다"며 "곧 태풍철인데 이대로 두면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행복이네가 공개한 현장 영상에는 거센 파도에 흔들리는 해상 양식장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진돗개는 좁은 바닥 위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으며 걷거나, 카메라를 응시한 채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이었다.
"감시 도구가 아닌 생명...동물보호법 위반 소지"
케어와 행복이네는 태풍 등 악천후가 닥칠 경우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고, 9일 구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케어 관계자는 "개는 단순한 감시 도구가 아닌 생명체"라며 "현재 이 양식장에는 생존을 위한 기본 환경조차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주인이 위험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한다 해도, 저곳은 동물이 사육될 수 있는 장소로 인정되기 어렵다"며 "이는 단순한 관리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강조했다.
케어는 이번 사례가 동물보호법 제10조 제2항 제4호에서 규정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와, 제4항 제2호의 '최소한의 사육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유배나 다름없다"...분노한 시민들
이 사연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분노 섞인 반응도 잇따랐다. 시민들은 "저건 감시가 아니라 생명 유기다", "살아 있는 생명을 바다에 던져놓고, 지킨다는 말이 되나", "두 달을 출렁이는 철창에 묶어놓은 건 학대 그 이상이다", "눈 뜨고 학살을 지켜봐야 하나", "태풍 오면 죽으라는 거잖아", "물 한 모금,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게 해놓고 뭐가 보호냐", "저건 감금이고 고문이다. 반드시 책임 물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진돗개의 안전한 구조뿐 아니라, 해당 사안에 대한 행정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