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차량 추락 사건, 부부가 함께 계획한 범행 정황 포착
전남 진도에서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가족 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가장이 아내와 공모하여 범행을 계획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지 모 씨(49)와 그의 아내 B 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지 씨 가족은 지난달 30일 오후 전남 무안의 한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목포를 둘러보았다. 31일 오후 10시 30분경 목포의 공원 주차장에 도착한 부부는 지난달 28일 광주 자택 인근 약국에서 함께 구매한 음료에 수면제를 타서 10대 두 아들에게 먹인 것으로 확인됐다.
목포해경이 지난 2일 진도군 진도항에서 일가족 4명이 탑승한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목포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3/뉴스1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 증거가 말해주는 계획된 범행
지 씨 가족은 1일 0시경 진도항에 도착했으며, 부부는 자신들도 수면제를 복용한 후 오전 1시 12분경 차량을 바다로 돌진시켰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당시 부부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수면제를 복용한 점을 확인했으며, 이를 토대로 B 씨가 범행 당시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부부가 함께 약국에서 음료를 구매한 사실은 B 씨가 사전에 범행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구조 당시 조수석에 있던 B 씨는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였던 반면, 뒷좌석의 아이들은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던 점도 주목할 만한 정황이다.
지 씨는 차량 창문을 통해 탈출한 후 진도항 공용화장실에서 5시간을 머물렀으나, 가족에 대한 구조 요청은 하지 않았다.
진도에서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일가족을 숨지게 한 40대 가장이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광주 북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2025.6.4/뉴스1
이후 인근 야산에서 노숙한 뒤 1일 오후 3시 25분경 한 가게에 들어가 주인의 휴대전화로 형에게 연락했고, 오후 6시 14분경 지인의 도움을 받아 도주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같은 날 오후 9시 9분경 광주 서구 양동 인근에서 지 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지 씨는 1억 6000만 원의 빚으로 생활이 어려워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아내 B 씨의 공모 여부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며, 지 씨의 도주를 도운 지인은 범행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