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네 탓 공방'... 내홍 조심
대선 패배 직후 국민의힘이 책임 규명보다 '네 탓 공방'으로 치닫으며 극심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거를 총괄한 선대위 해단식 현장에서는 작심 비판이 쏟아졌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충돌은 공개적인 대립으로 비화됐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는 당의 패배 원인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강하게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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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당이 계엄을 했던 대통령을 뽑았고, 대통령의 뜻이 당에 많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데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며 "정치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수단이 더 중요한데, 대통령이 매우 적절치 않은 수단을 쓰는 데 그걸 제어할 내부 힘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이 계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나타났다"고 덧붙이며, 12·3 비상계엄 사태와 당시 당의 무기력함을 핵심적인 패인으로 짚었다.
공천과 당 대표 선출 과정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김 후보는 "어떤 사람을 당 대표로 뽑느냐, 공직 후보로 뽑느냐, 민주주의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삼척동자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직 후보를 선출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는 2023년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된 과정,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 이번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서 불거진 '한덕수 후보 교체론' 등 일련의 의사결정이 모두 비민주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배워야" vs "보수 분열 탓"... 책임론 두고 계파 충돌
해단식 현장에서는 계파 간 날 선 공방도 이어졌다. 친한계인 조경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번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보수의 분열"이라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당에서 쫓겨나지 않았으면 이런 어려운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총장에서 발언할 때 자기들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말을 막는 반민주적 모습들이 결국 분열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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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원내대표 역시 즉각 반박했다. 그는 "말로만 '분열, 분열' 하지 말고, 정말 어렵고 힘들 땐 민주당을 배워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도덕적 결함과 법적 리스크가 많아도 당선시키기 위해 잡음 없이 뛰는 모습은 타산지석이 돼야 한다"고 맞섰다.
계파 충돌은 오늘(5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과 지도부 책임론, 당내 분열 해소 방안 등을 놓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한계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이 불법 계엄과 이를 옹호한 구태 정치에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렸다"며 "기득권 정치인들만을 위한 지긋지긋한 구태 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도 권 원내대표를 겨냥해 "고민하지 않으셔도 된다. 정답은 명확하다"며 "이제는 정말 떠날 때다. 오늘을 넘기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선거 패배는 우리 안의 혼란과 분열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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