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살해 후 홀로 탈출한 가장의 충격적 진술

아내와 자녀 등 3명을 살해한 40대 가장이 "수면제를 복용했으나 차가운 바닷물에서 의식이 돌아와 숨이 막혀 차량에서 탈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4일 오전 11시 광주지법에서 처와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자살방조)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지모 씨(49)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이날 지 씨는 캡 모자와 마스크, 자켓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법원으로 들어섰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진도에서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일가족을 숨지게 한 지 모 씨(49)가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뉴스1

지씨는 지난 1일 새벽 1시 10분께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에서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한 뒤 본인만 빠져나와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지씨는 사건 전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께 전남 목포시내 한 광장 주변에 승용차를 정차한 후 두 아들에게 수면제 4알을 갈아 넣은 피로 회복음료를 마시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씨는 이 수면제 음료를 지난달 30일 무안의 펜션에서 미리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비극적 사건

아들들이 수면제 효과로 잠들자 지씨는 전남 진도군 진도항까지 71km를 운전해 1일 0시 40분께 도착했다.

이후 차 안에서 부인 정모 씨(49)와 함께 각각 수면제 10여 알을 복용했다고 한다. 약 30분 후 지씨는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을 열어둔 채 차량을 바다로 돌진시켰다.

목포해경이 지난 2일 진도군 진도항에서 일가족 4명이 탑승한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 목포해경 제공

지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면제를 다량 복용했지만, 차가운 바닷물이 차량에 들어오면서 의식이 돌아왔고 숨이 막혀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 씨가 차량에 바닷물이 들어온 후 약 30초 이내에 탈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씨는 의도적으로 탈출한 것이 아니라 생존 본능에 의한 불가피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양의 수면제를 복용한 부인도 의식을 되찾았으나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씨의 진술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차량 블랙박스 복원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지씨가 1억 6000만 원의 빚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부인의 우울증 등 가정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