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4일(토)

"혜경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글 남겼던 이재명... 김혜경 "따뜻한 영부인 되고파"

"혜경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긴 시간 곁을 지켜준 아내 김혜경 여사를 향한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


두 사람은 1991년 결혼해 올해로 35년째를 맞는다.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네 번째 만남에서 청혼했고, 불과 7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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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에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거쳐 마침내 대권에 도전하기까지, 김 여사는 한결같은 내조로 곁을 지켜왔다.


첫 공개행보부터 '혜경궁 김씨' 논란까지


2016년 이후 이 대통령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면서, 김 여사의 존재감도 조용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7년 첫 대선 도전 당시에는 지방 일정을 동행했고,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에 함께 출연하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2018년,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이 불거지며 큰 시련이 찾아왔다. 당시 김 여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들을 겨냥한 게시글을 올린 해당 계정의 운영자로 지목됐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파헤치던 검찰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게 밝혀졌지만, 친문 지지층과의 감정적 거리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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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 여사는 한동안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조용히 남편의 뒤를 지켰다. 2021년 이 대통령의 대선 재도전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호남 지역 봉사활동, 조문, 전통시장 방문 등 물밑에서의 내조에 집중했다. 사찰과 교회 등 종교계 인사를 만나며 접점 넓히기에도 나섰다.


유세 대신 잠행...조용했지만 깊었던 내조


이번 대선에서도 김 여사는 단 한 차례도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잠행을 이어가며, 조용히 부산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외부 활동은 최소화했지만, 소록도와 세월호 선체가 있던 목포 등 사회적 약자와 기억의 현장을 찾는 비공개 행보를 지속했다.


그간 김 여사는 한때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직접 사과문을 내고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


김 여사의 지시를 받아 특정 행동을 행하는 이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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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대선에서도 김 여사의 내조는 끝까지 조용했다. 그러나 정제된 침묵 속에 응축된 헌신은 결코 작지 않았다는 평가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말 대신 행동으로, 시선보다 마음으로 곁을 지켰다"는 말이 나온다.


'따뜻한 영부인'으로...향후 행보 주목


이제 관심은 김 여사의 앞으로의 역할에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의 비위 행위를 감찰할 특별감찰관을 즉시 임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여사가 이전 정부의 반면교사를 삼아 공개 행보는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 역시 지난 대선 직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정이 어렵거나 소외된 국민이 마음껏 하소연하고 싶어 하는 따뜻한 영부인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여전히 조용한 걸음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 이날 오전 6시 21분을 기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식 임기가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제21대 대통령 당선인으로 최종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