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5일(일)

"가방에 휘발유 있는 거 같아도 '검문' 못해"... 지하철 보안관, '이것'이 없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이후...순찰은 강화됐지만, 보안 사각 여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60대 남성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한 뒤, 서울교통공사가 순찰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 보안의 최전선에 있는 지하철 보안관은 법적 권한이 없어 수상한 인물에 대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는 2일 "1~8호선 276개 전 역사와 열차, 차량기지를 대상으로 24시간 순찰을 강화하고, 주요 취약 지점을 중심으로 CCTV 모니터링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origin_지하철방화범구속기로 (1).jpg뉴스1


열차 안에서 휘발유 뿌리고 점화...400여 명 긴급 대피


문제의 사건은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3분경 발생했다.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던 5호선 열차 안에서 60대 남성 A씨가 돌연 휘발유를 꺼내 객차에 뿌린 뒤, 가스 점화기로 불을 질렀다.


당시 열차에는 약 400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고, 긴급 대피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A씨를 포함해 총 23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자칫하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유사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A씨를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로 입건했으며, 2일 구속 영장을 발부받았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열차 출발 직후 옷가지에 휘발유를 적신 뒤 점화기를 이용해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열차 내 승객들은 "기름 냄새가 나자마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고 증언했다.


보안관은 있으나 '제지권'은 없다...현장 대응 한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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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지하철 현장의 '보안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서울 지하철에 배치된 보안관은 이상행동 감지, 질서 유지, 범죄 예방 등의 역할을 맡고 있으나, 사법권이 없어 신원 확인이나 강제 제지는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경찰이 아닌 보안관은 체포권이나 불심검문 권한이 없으며, 현장에서 폭력이나 난동이 발생해도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상 누구든 현행범은 체포할 수 있으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 현장에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직원이 물리력을 썼다가 사람이 다치면, 민사상 손해배상은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며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현재 서울 지하철에는 총 274명의 보안관이 2인 1조로 근무 중이며, 각 역사와 열차를 순회하며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공사는 정기적인 훈련을 통해 대응 역량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법·제도 정비 없이는 동일한 위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