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유세차량으로 주목받은 권영국 후보의 진정성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달 21일, 경기도 수원에서 한 대선 후보의 유세 차량이 다른 후보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포착돼 주목 받았다.
파란색 1톤 트럭에 나무판자를 덧대고 A4용지에 프린트한 '무상교육', '무상돌봄' 문구와 선거 포스터가 붙어 있는 모습이 대선 후보의 유세 차량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소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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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LED 장식과 고성능 스피커, 수많은 선거 운동원들을 몰고 다니는 다른 후보들의 유세차량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이 소박한 유세 차량은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권영국 후보의 것으로, 시민들의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금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비용 보전제도가 만드는 불평등
이처럼 선거 유세차량이 후보자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배경에는 현행 선거제도의 영향이 크다.
현행 선거비용 보전제도에 따르면, 선거를 완주하고 유효득표수의 10% 이상을 획득한 후보는 비용의 절반을, 15% 이상을 얻은 후보는 선거비용 제한선 내에서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후보난립으로 인한 문제 등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지만, 소수정당 출마자들은 사실상 선거비용을 돌려받기 어려워 후보를 내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위축돼 이로 인한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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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당 사진이 SNS에 확산되면서 권 후보의 소박한 유세차량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져 오히려 선거운동에 힘이 실렸다는 반응도 나온다.
누리꾼들은 "그래도 대선후보인데 유세 차량이 너무 초라해서 슬펐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지만 후원했다",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환경 등에 꾸준히 목소리 내주셔서 감사하다" 등 응원이 이어졌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7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자리하고 있다. 2025.5.14/뉴스1(권영국 캠프 제공)
소수자 곁을 찾아간 마지막 유세
'거리의 변호사'라고 불리는 권영국 후보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현장에서 늘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세 번의 TV토론을 거치며 대중 인지도도 크게 높아졌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권 후보의 유세 일정은 소수자들을 찾는 행보로 채워졌다. 권 후보는 오전 7시30분 서울대병원에서 병원노동자와 의료개혁 문제를 다룬 후, 오전 8시45분 혜화역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 현장, 오전 10시30분 중대재해로 사망한 청년 노동자 '김군'을 추모하기 위한 구의역, 오전 11시30분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있었던 강남역, 오후 12시30분 SPC 중대재해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양재역 등을 방문했다.
밤에는 이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노동자의 유족을 만나기 위해 태안군 보건의료원을 찾았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 페이스북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한 대선이었다"며 "하지만 노동당, 녹색당 당원 여러분들이, 민주노총의 조합원 동지 여러분들이, 노동사회운동단체 활동가 여러분들이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로 함께 뛰는 대선을 만들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특히 "시민 여러분들께서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나서 주셨다. 어떻게 하면 피켓을 들고 현수막을 달 수 있는지 물어보는 연락이 당직자들에게 쏟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놀랄만큼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여러분들께서 진보정치의 새 역사를 써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외롭게 시작했지만 외롭지 않았다. 유일한 진보 대통령 후보였지만, 저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며 "단지 저 권영국 혼자만을 향한 응원이 아니라, 진보정치의 미래를 기대하는 응원이라는 것도 잊지 않겠다. 현장에서, 지역에서, 여러분의 곁에서 다시 진보정치의 씨앗을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