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목격자 진술만으론 음주운전 유죄 인정 어려워
대법원이 술에 취한 목격자의 진술만으로는 음주운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음주운전 사건에서 증거의 신빙성과 합리적 의심 기준을 재확인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A 씨는 2023년 1월 26일 새벽 0시 20분경 목포시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55%의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켠 채 잠만 잔 것이지, 운전한 적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당시 A 씨가 운전하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근거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증거의 신빙성과 합리적 의심 기준 적용
1심 재판부는 음주운전죄 성립 요건에 대해 "피고인이 일정 수치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의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반드시 차량의 출발 장소와 운전 거리가 특정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A 씨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핵심은 목격자의 진술 신빙성이었다. 2심은 "음주 측정 당시 영상에서 확인되는 목격자의 발음이나 말투, 진술 내용 등에 의하면 당시 목격자가 상당히 술에 취해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술에 취해 인지능력 저하로 인한 착오 등에 의해 당시 상황을 정확히 목격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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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심은 "블랙박스에서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했다는 영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도로교통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음주운전 사건에서 증거의 신빙성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