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모르게 스크린샷 찍어 감시하는 북한 스마트폰... 금지어 설정까지
북한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이 밀반출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철저한 통제를 받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평범한 스마트폰처럼 보이는 이 휴대폰은 별도의 알림 없이 일정 시간 단위로 스크린샷이 찍혔다.
이 이미지들은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는 비밀 폴더에 저장되지만, 북한 당국은 이를 열람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사용자가 북한서 사용하지 않는 표현을 적거나 대한민국을 언급할 때마다 순식간에 북한식 표현으로 자동으로 바꿔버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NEW YORK POST
이는 국내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나 이모티콘을 쉽게 쓰기 위해 활용하는 기능인 '텍스트 대치'와 유사했다.
해당 휴대폰에 사용자가 '오빠'라고 타이핑하면 '동지'로, '대한민국'을 언급하면 '괴뢰 국가'로 수정됐다.
이에 워싱턴DC에 위치한 스팀슨센터의 선임연구원이자 북한의 기술 및 정보 전문가인 마틴 윌리엄스(Martyn Williams)는 "스마트폰은 이제 북한이 주민들에게 사상을 주입하는 방법의 핵심 도구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정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BBC는 이 북한 휴대폰을 입수한 경로에 대해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사 데일리엔케이(DAILY NK)가 이 북한 휴대폰을 몰래 반출했다"고 밝혔다.
데일리엔케이는 북한전문 인터넷 신문으로,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관련 뉴스를 주로 전하는 곳이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3년 남한의 표현이나 남한식 억양을 사용하는 것을 국가 범죄로 공식화하며 통제를 강화했다.
더불어 "청년 단속반"이라는 이름의 감시조가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젊은이들의 행동을 감독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관련해 지난 2023년 배를 타고 북한에서 탈출한 탈북자 강규리(24)는 "예전에는 국가의 통제가 당연한 줄 알았다. 다른 나라도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북한만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20분에 한 번 찍힌 스크린샷이 저장된 모습 /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