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방화로 400명 선로 대피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시민 수백 명이 지하 선로를 걸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범인이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오고도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3분쯤 여의나루역을 지나 마포역으로 향하던 5호선 열차 한가운데에서 불이 났다. 불은 한 60대 남성이 열차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토치를 이용해 불을 지르면서 시작됐다.
당시 열차에는 약 400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불이 나자 시민들은 스스로 문을 열고 열차를 정차시킨 뒤, 지하 선로를 따라 탈출했다. 일부 승객은 1.5km에 달하는 선로를 맨발로 걷거나 뛰어 대피했다.
JTBC '뉴스룸'
가까스로 탈출한 시민 정구완 씨는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열차에서 우르르 밀려나면서 포개져 넘어졌고, 신발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21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대피 도중 다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 마포역 앞에는 간이 침대와 돗자리가 마련된 임시 병동이 설치됐고, 일부 시민은 인공호흡기를 단 채 응급 처치를 받았다.
불을 지른 60대 남성은 사고 직후 열차 안에서 쓰러졌다가,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손이 유독 그을려 있던 점을 수상히 여겨 남성을 현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JTBC '뉴스룸'
"안 죽었잖아" 되레 큰소리친 60대 남성
남성은 깨어난 뒤에도 침착하게 주변 승객들과 대화를 나눴으며, 일부 승객의 항의에 "안 죽었잖아"라는 말을 내뱉었다고 해 충격을 안긴다.
현재 경찰은 방화 혐의로 체포된 남성의 음주 여부와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으며, 그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약 1시간 40분 만에 완전히 꺼졌으나, 이로 인해 지하철 5호선 일부 구간의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대선일까지 특별 경계 근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누리꾼들은 "제정신이냐", "대형 참사 날 뻔했다", "다들 무사해서 천만다행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