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5일(일)

"성적보다 '건강' 챙겨요"... 산 오르는 서울대생에게 장학금 주는 81세 사업가

등산하면 장학금까지... 성적이 아닌 '등산' 장학금


최근 서울대 경영학과·경제학부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장학금이 등장했다.


이 장학금은 성적이나 외부 수상 실적, 봉사 시간 등 어떤 것도 장학금 평가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직 '등산' 하나로 평가된다. 이 장학금은 서울대 측에서 만든 게 아니다. 경제학부를 졸업한 익산화물 터미널 대표 권준하(81세)씨가 만들었다. 


지난 29일 조선일보는 권씨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보도했다. 


권씨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서울대 후배들은 평생 책에 파묻혀 살았을 것"이며 "대학에 와서도 도서관에서 밤낮 공부만 하지 말고 건강과 추억도 함께 챙겼으면 좋겠다"고 장학금을 만든 취지를 밝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96억원을 기부한 권씨는 지난 2022년 서울대 상과대학 향상장학회에 5억원을 전달했다. 그는 성적을 기준으로 주는 장학금은 이미 많은 만큼,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권씨는 종목을 고민하던 중 "축구, 농구를 선택했다가 서울대 학생들의 경쟁 심리를 자극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비싼 장비나 점수 경쟁이 필요없는 '등산'을 선택했다.


해당 장학금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7번 이상 등산을 하면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3번 이상, 7회 미만일 경우 30만원이다. 입증 방법은 정산석 앞에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 앱에 올리면 '등산 인증'이 완료된다. 


장학금의 이름도 그의 아버지 호를 따서 '미산(彌山) 지덕체 장학금'이라고 지었다.


"성적으로 삶이 바뀌는 삶", 등산으로 정신 수양 


다만 똑같은 산을 계속 등산해서는 안 된다. 장학금의 취지에 맞게 여러 산을 오르면서 다양한 풍경을 즐기면 된다. 해발고도 500m 이상 산은 최대 3번까지, 500m 미만은 1번까지만 가능하다.


이번 장학금을 새롭게 알게 된 학생들의 반응은 당연 뜨겁다. 당초 30명을 지원 받을 계획이었지만, 신청자 79명이 몰려 대상자를 50명으로 늘렸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등산을 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부모, 친구와 대화도 많이 나누며 관계도 좋아진다는 등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권씨도 40대 중반부터 매주 전국을 돌면서 등산을 즐겼다고 한다. 그는 "지리산 봉우리 사이에 걸쳐 있는 구름, 겨울 덕유산의 설경이 눈에 선하다"며 "정상에서 발아래 있는 세상을 바라보면 웬만한 일들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어 "요즘 학생들은 대학 입학 전에는 내신·수능 점수 1점, 대학 입학 후에는 학점 0.1점 차이로 희비가 교차하는 삶을 산다"며 "등산 중에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호연지기를 길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2013년 이후 최근까지 사랑의 열매에 46억원, 숙명여대에 20억원, 서울대 10억원, 사랑의 달팽이 5억원, 남성고 10억원 등을 기부해 선행을 실천해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아울러 다음 학기부터는 ‘등산 장학금’ 대상을 상경계에서 서울대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권씨 아내의 모교인 숙명여대에도 기부해 같은 형태의 장학금을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