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꺾인 회복세...'0%대 성장' 공식 전망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 아래로 낮췄다. 미·중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2020년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0%대 성장에 머물 가능성이 공식 제기됐다.
29일 한은은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단기간 내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경제 기조가 뚜렷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불확실성 확대...'버팀목' 흔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뉴스1
성장률 조정의 가장 큰 배경은 수출이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우리 주력 산업의 수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기조 강화는 반도체, 전자 등 수출 중심 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여기에 내수 역시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에 민간소비가 위축됐고, 기업 투자 심리도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상황이다.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성장률 반등의 동력 확보는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전망도 1.6%로 하향...물가 상승률은 2% 밑돌 듯
내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 1.8%에서 1.6%로 0.2%포인트 낮춰 잡혔다.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출과 투자 개선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9%, 내년 1.8%로 예상됐다. 물가상승률이 2%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은 유가 안정과 내수 부진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는 정부의 경기 대응 기조와도 맞물려 향후 통화정책, 재정운용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추가 부양책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