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최저임금 자율 조정, 경제 분권의 새 패러다임 될까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가 정한 기준 최저임금을 ±3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1만 30원이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적게는 7021원에서 많게는 1만 3039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역별로 주거비, 생활비 등이 다르니 지역별 상황을 반영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 뉴스1
최저임금뿐 아니라 법인세율, 규제 조건까지 각 지자체가 설정할 수 있게 되면, 지방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경제 단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 이 후보의 구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공약이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지방 인구의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저임금 상승의 양면성: 소상공인 부담 vs 지방 인구 유출 우려
2018년 이후 5년 동안 최저임금이 42% 넘게 올랐다. 이로 인해 직원을 고용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직접 장시간 노동에 나서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이에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사업장 중 60% 이상이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영계는 생활비와 인건비 수준이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음에도 동일 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고용 축소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방 최저임금을 낮추는 정책이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 후보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낮추면 지역에 따라 시급이 최저 7000원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월 209시간을 근무해도 월 소득은 약 146만원에 불과하다.
이 공약이 실행될 경우 동일 노동에 대한 보상이 지역별로 달라져, 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노동자 이동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자리를 따라 서울·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이 심화되면서, 지방은 더 빠르게 공동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한 지방정부가 '기업 유치' 명분으로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설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임금 지역이 오히려 '낙인효과'를 초래해 인력난과 소비 위축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최저임금을 1만 3000원대로 올려서 설정할 경우 청년들이 더 높은 임금을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아도 되지만,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해외 사례와 한국적 상황의 차이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중 17개국은 지역·업종·연령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각각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일본은 도도부현별로 차등화된 시급을 적용한다. 독일, 스위스, 멕시코 등도 지역 또는 업종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다만 해외의 경우 국민들의 생활권이 나뉘어 있거나, 국가 최저임금을 보완해 증액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기준보다 낮게 책정하는 사례도 있으나 견습생·미성년자·고령자 등 특정 조건이 붙는다.
지난 2024.7.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근로자 위원들이 최저임금 구분적용 결정을 앞두고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 뉴스1
이에 한국의 경우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연결돼 있고, 생활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정책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