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5일(일)

"계집X들아, 제육이나 볶아"... 온라인서 퍼지고 있는 '여혐' 논란

"여자 목소리는 80㏈ 넘으면 안 돼"...퍼지는 성차별 밈


경기도 안양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부 남학생들이 여성 혐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촬영한 사진이 온라인상에 확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역 여성단체는 교내 혐오문화를 구조적으로 점검하라며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지난 27일 안양여성연대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안양 S고등학교 여성혐오 사안은 단순한 장난이나 일탈이 아닌, 교육과 사회 전반이 직면한 성차별 구조의 일면"이라며 "국가와 교육청, 지방정부가 함께 책임의식을 갖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6일 S고등학교 체육대회에서 찍힌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비롯됐다. 해당 사진에는 두 남학생이 "여자 목소리는 80㏈을 넘어선 안 된다", "여자는 남자 말에 말대꾸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장면이 담겼다.


이 문구는 10대 남성들 사이에서 '계집 신조'라는 이름으로 퍼지고 있는 온라인 밈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밈은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수차례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학교 측 사과문 발표..."축소·은폐 없이 처리"


논란이 커지자 S고등학교는 지난 22일 학교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학교 측은 "이번 사안을 성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중대한 사안으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축소나 은폐 없이 교육적 관점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 중이며, 관련 학생들에 대한 선도 처분 여부는 학교 규정에 따라 생활교육위원회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학교 측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일탈을 넘어 인권 감수성 부족을 드러낸 사례로, 재발 방지를 위해 성인지 감수성·양성평등·인권존중 등의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학생 신상까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출되며 추가적인 인권 침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번 논란과 무관한 학생들의 신상까지 잘못 유포돼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다.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계집신조'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성혐오 표현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제육이나 볶아 온나"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 말은 한 유튜버가 "새벽에 게임하다가 깨워 '제육이나 볶아온나'라고 해도 군말 없이 해오는 미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데서 비롯된 유행어다. '인생네컷'은 '계집네컷'으로, '마라탕'은 '계집탕'으로 왜곡해 부르며 조롱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 이러한 여성혐오적 표현을 장난이나 유머로 소비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한 고등학생은 "남학생들이 반 단체 채팅방에 '계집신조'를 올린 적이 있다"며 "여학생들에게 '계집 X들아, 제육이나 볶아'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탕후루를 '계집간식'이라고 부르는 등,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마다 앞에 '계집'이라는 단어를 붙여 놀리는 현상도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여성단체 전방위 요구


안양여성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안양시에 대해 성평등 시민교육 예산과 프로그램 확대를 요청하는 한편, 경기도교육청에는 지역 내 학교 문화에 대한 전수조사와 이를 평가할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더불어 투명한 진상조사와 후속 조치 결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할 것도 주문했다.


학교 측은 해당 사안을 최초로 인지한 지난 19일부터 학생과 교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대의원 회의 및 학부모 간담회를 여는 등 사안 설명에 나섰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은폐·축소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학교는 교육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모든 절차를 신중하고 정직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