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2명을 위한 뱃길, 통영시가 외딴섬 초도에 새 항로 열다
경남 통영시가 외딴섬에 사는 주민 단 2명을 위해 새로운 뱃길을 열었다.
통영시는 지난 21일부터 욕지면 본도와 초도를 잇는 신규 항로 운항을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통영시 초도 운항 항로 / 경남도청 제공
초도는 '환상의 섬'으로 불리는 욕지도에 속한 작은 섬으로, 전체 면적 0.45㎢, 둘레 3.8km에 불과한 소규모 섬이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2시간여를 달려 욕지도에 도착한 후, 다시 작은 배로 갈아타고 20분 남짓을 더 가야만 초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외딴 섬 중의 외딴 섬이다.
과거 풀과 나무가 많아 '풀섬', '풀이섬'으로 불리다 '초도(草島)'로 명명된 이곳은 1970년대만 해도 120여 명이 살던 제법 큰 섬이었다.
마을회관, 경찰초소, 학교도 있었지만, 육지에 비해 척박한 생활환경과 고립된 삶에 주민들은 지쳐갔고, 결국 자녀 교육을 걱정한 이들이 하나둘 욕지로 떠났다.
1994년 3가구 9명을 마지막으로 무인도가 되어버렸다. 이후 10년 넘게 방치된 섬에 한 노부부가 새 터전을 꾸렸다.
10년 넘게 황무지를 일군 노부부의 삶
통영시 21일부터 욕지면 본도와 초도를 잇는 신규 항로 운항을 시작했다. 초도에는 1가구 2명이 살고 있다 / 통영시 제공
초도의 유일한 주민이 된 김대규, 조종임 내외는 제주도민이었으나, 김 씨의 건강 문제로 요양차 초도에 들렀다가 아예 정착했다.
당시 택시운전을 하던 김 씨는 스트레스와 당뇨 때문에 입·퇴원을 반복하다 합병증으로 시력까지 저하됐고, 의사의 권유로 조용한 초도에 머물게 됐다.
그러나 초도는 여객선도 다니지 않고 전기와 수도도 없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부부는 촛불을 켜고 물동이로 물을 길어다 식수를 해결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틈틈이 집을 고치고 전기와 수도를 연결했으며, 가시덩굴과 초목에 사라진 길을 다시 내고 밭을 일궈 농사도 지었다.
그렇게 꼬박 10년 넘게 땀 흘린 끝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흑염소 60여 마리도 방목하고 있다. 하지만 여객선이 지나지 않아 섬에서 구할 수 없는 생필품을 사거나 병원에 가려면 낚싯배나 사선(작은 어선)을 불러 욕지 본섬으로 간 뒤 다시 여객선에 올라야 했다.
통영시 제공
소외도서 항로 운영지원사업으로 열린 새 뱃길
본섬에서 초도까지는 직선거리로 1km 남짓이지만 선착장 간 운항거리를 고려하면 7km, 최소 15분 이상 둘러가야 한다.
주민 2명을 위해 정기여객선을 투입하기에는 선사 부담이 너무 컸고, 워낙 작은 섬이다 보니 대형화한 여객선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도 없었다.
그러다 통영시가 올해 소외도서 항로 운영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뱃길이 열렸다. 이는 여객선이나 도선이 기항하지 않고 대체 교통수단도 없는 섬 주민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신설된 항로는 욕지도 본섬과 초도를 오가는 7km, 편도 15분 구간이다.
욕지면사무소 행정선인 경남705호(23t, 15인승)를 투입해 주 1일 2회 왕복하며, 주민 편의를 고려해 별도 요일을 특정하지 않았다.
운항 요청이 있으면 선장과 상의해 배를 띄우는 방식으로, 필요시 증편 운항도 가능하게 했다. 현재 초도에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김 씨를 대신해 아들이 모친 곁을 지키고 있다.
통영시는 작년 3월에도 같은 사업을 통해 산양읍 오곡도 항로를 개설했으며, 오곡도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하루 2회 왕복하고 있다.
통영시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과 교통복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교통 소외 지역 주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항로 개설과 운영 지원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