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 제자들이 보낸 추모 편지
"선생님께서 그토록 힘든 시간을 보내시고 계셨다는걸, 우리는 왜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을까요"
지난 22일 제주시 내 한 중학교 창고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 A씨에 대한 제자들의 추모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제주교사노동조합은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A씨 제자 50명의 편지를 공개했다.
제주 모 중학교 교사 A 씨가 사망한지 사흘째인 24일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5.5.24 / 뉴스1
공개된 편지에는 현재 고등학생이 된 50여 명의 제자들이 "진실은 우리의 가슴에 남았다"며 고인을 향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제자들의 편지에는 고인에 대한 따뜻한 기억과 존경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주교사노동조합
한 제자는 "선생님은 수업 중에도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모두가 유쾌한 분위기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하셨다.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실 만큼 엄청 존경하는 선생님이셨다"라고 회상했다.
또 다른 제자는 "복도 끝에서 웃으며 인사하고 저희와 장난쳐 주시던 모습이 선명하다"며 "이렇게 글로 선생님을 불러야 하는 현실이 슬프고 고통스럽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선생님은 언제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을 돌봐주셨고, 언제나 우리 곁에 계셨다. 저희가 잘못을 했을 때 혼을 내주시기도 했지만, 외면하기보다는 다가와주셨다"며 "그런 선생님께서 그토록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는 걸 우리는 왜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누군가는 반항기의 시절을 보낸 것이지만, 그것이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렸다는걸, 이제 모두가 알게 됐다. 선생님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그 고통의 원인을 만든 학생에게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이것이 남겨진 우리가 선생님께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존경이고 진심이다"라고 덧붙였다.
제주교사노동조합
고인을 보며 교사의 꿈을 키웠다는 한 학생은 "수업하실 때도 일상에서도 선생님은 학생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이끌어주셨다"며 "짓궂은 장난을 잘 받아주시고, 어떤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 작년까지 3년간 A씨의 수업을 들었다는 제자는 "교권이 무너짐으로 한 사람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누군가의 아버지가 사라지는 것을, 또한 참된 스승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느꼈다"며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권을 지켜주고 강화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제주교사노동조합
교육계, 교권 보호 강화 목소리 높여
제주교사노조 측은 "공개된 편지는 제자들이 다시는 참된 선생님들이 이러한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는 글"이라며 "이 글들이 선생님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참된 선생님의 죽음이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건과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오는 6월 3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제주 교사 사망 사건의 엄정한 수사와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는 27일 제주교육청 정문 앞에서 A씨 사망 진상 규명 및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앞서 지난 22일 제주의 한 중학교 창고 건물에서 해당 학교 40대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교무실에서는 A씨가 쓴 유서가 발견됐다.
A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인 휴대전화로 학생 가족의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계에 따르면 그는 중학교 3학년 학년부장으로 평소 결석과 흡연 등 학칙 위반을 일삼던 학생 B군의 담임을 맡아 생활지도를 해왔다.
유족 측이 공개한 A씨의 카카오톡 대화에는 A씨가 B군에게 '담배 줄였으면 좋겠다', '아프면 병원 들러서 학교 오세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B군의 누나 등 가족들은 A씨가 지도 과정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하루에 많게는 12차례씩 민원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6시, 자정에도 전화를 걸었으며, 최근 학교장과 제주교육청에 "A씨가 학생을 상대로 언어폭력을 저질렀다"라는 내용의 민원을 넣기도 했다.
유족 측은 "A씨가 스트레스에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